<2017-05-01 격주간 제852호>
[시 론] 70주년 맞아 새로운 4-H로 다시 태어나길

"4-H운동의 시간, 장소 및 대상의 제한을 과감히 벗어 던지자"

유 영 준 ((주)미래엠케이씨 대표 / 철학박사)

가까운 주변의 젊은 사람들에게 ‘4-H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봤다. 놀랍게 아무도 몰랐다. 60여년 전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 다닐 때 시험 문제로 ‘4-H가 무슨 뜻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답을 해야 했던 필자로서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것이 우리나라 4-H운동의 현실이 아니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나는 이천농업고등학교(현 이천제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얼마 전 모교를 방문할 일이 있어 가보니 농과, 축산과, 상과는 폐지되고 없었다. 내가 나온 토목과는 남아 있고, 도자기과와 식품학과가 새롭게 운영되고 있었다.
4-H운동은 19세기 말 미국이 공업화 됨으로써 농촌이 공동화되고 위축되자 농촌의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각성이 일게 되면서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4-H는 2002년에 100주년을 맞을 정도로 역사와 유서가 꽤나 깊은 글로벌 청소년단체이다.
특히 1947년 이 땅에 뿌리내려 청소년의 가슴속에 네잎클로버의 희망을 심어 국가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한국4-H운동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4-H운동은 우리나라 근대화·산업화의 근본정신인 새마을운동의 모태로 지역 발전은 물론 국가적으로 농업의 과학화를 이뤄내는데 앞장서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 4-H운동은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 이유는 세상과 환경이 바뀌었고, 삶의 질이 달라졌으며,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농촌이 공동화 되고 농가 경제가 위축되기는 19세기 말 미국이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지금의 우리나라나 비슷하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의 방향성을 19세기 말 미국에서 하던 방식이라고 생각되는 것과 유사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여 추진해 나갈 것인지는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토론 및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여야 한다.
농업에 대한 애정 부족 차원에서가 아니라, 우리 활동의 범위를 농업 부문에 한정하지 말고 전 산업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가 6차산업을 국가적인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4-H운동 기반 전산업으로 확대되어야

이제 산업을 1차, 2차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융합과 통섭이 대세이다. 따라서 우리 4-H운동의 기반이 농업을 뛰어넘어 모든 산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한국4에이치활동지원법’이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한국4에이치활동지원법 제1조(목적)를 보더라도 ‘대한민국 청소년의 4에이치활동을 지원하여 청소년의 인격을 도야하고’라고 되어 있지, ‘농촌’청소년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목적에 있는 ‘농심(農心)’이라는 용어는 매우 깊은 뜻이 있는 좋은 말이지만, ‘농촌 마음’, ‘농민 마음’ 등으로 오해할 우려가 있음으로 더욱 좋은 용어로 변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제화시대 적합한 글로벌 인재 육성

한국4-H본부에서 발행한 자료에 자주 등장하는 ‘지역사회 청소년교육운동’에서 지역이란 말보다 더 넓은 의미의 단어로 변화되어야 한다. 국가를 생각하고 국제화시대에 적합한 글로벌 인재를 키워야 한다.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의 경영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 ‘말콤볼드리지 모델’에서 관리 방법 및 실행(Approach and Development) 범주와 성과(Result) 혹은 결과 범주로 나누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4-H는 수단 또는 과정의 범주로 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목적 범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4-H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즉, Hope(희망), Harmony(화합), Happy (행복) 및 Honor(명예) 또는 Human(인류) 등이 좋을 것 같다. 공론화하여 지혜를 모으자.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발전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어떤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라는 조지 버나드 쇼의 말처럼 한국4-H운동 70주년을 맞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4-H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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