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15 격주간 제646호>
<4-H인을 찾아> 한 알의 밀알처럼 시민사회교육운동에 평생

정 구 선 회장(광주광역시4-H본부)

<정구선 회장은 새로운 꿈과 비전을 제시하고 시대변화에 맞게 4-H운동도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富), 출세, 명예 한마디로 말하면 ‘성공’이 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세상이지만, 그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밀알이 되어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교육운동이야말로 평생토록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광주광역시환경시설공단 사무실에서 만난 정구선 광주광역시4-H본부 회장(69·서구 치평동). 줄곧 시민사회단체에 몸 담으며 민주화와 밝고 투명한 사회 건설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한 정 회장은 우리 토양에 맞는 자주·자립적인 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전남대4-H연구회 전신 ‘밀알회’ 조직

‘밀알회’의 탄생은 그의 이런 의식을 바탕으로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당시 YMCA, YWCA, 4-H클럽 등 지역사회 발전과 민주시민의식 고취를 위한 여러 운동이 우리나라에 도입됐지만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운동으로 변화시키는데 충분하지 못했고, 정작 우리의 민족정신과 의식은 중심에 서 있지 못했다. 그래서 세상의 빛과 소금 같은 존재가 되자는 뜻에서 ‘밀알회’가 조직됐다.
농촌계몽이 사회적 이슈로 한참 떠오르던 당시 1958년 전남대학교에 입학한 정 회장은 청중 앞에서의 연설과 구호에만 그치는 계몽운동에 염증을 느끼고 작은 것부터 실천에 옮기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그래서 뜻을 모은 지인 7명과 의기투합하여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해 교내에 ‘밀알회’를 조직했다. 토론회와 교양 강좌, 소학회 등을 수시로 열어 자주적인 철학과 스스로의 역량을 기르면서 정신 무장에도 힘을 쏟았다. ‘밀알회’는 훗날 ‘전남대학교4-H연구회’의 전신으로 대학4-H 활성화의 모태가 되었다.
농촌 부흥이 국가적 과제였던 시대 흐름 속에서 정 회장은 미래를 짊어지고 이끌어나갈 주역은 청소년이라고 생각하고, 이들을 깨우고 가르쳐야만 미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그래서 곡성군과 화순군농업기술센터에서 3년 동안 4-H담당지도사로 일하면서 유능한 영농인력을 양성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기도 했다.

환경문제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

‘자연은 최대한 원형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정 회장은 일찍부터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을 기부 받거나 매입해서 보존하는 National Trust(자연환경국민신탁)운동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그는 주장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그의 이력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현재 사단법인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상임의장과 제8회 담양대나무축제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5년간 환경부 중앙홍보자문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광주광역시환경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선임되어 지역주민들이 깨끗한 환경 속에서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든든한 환경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 성과로 공단은 제11회 광주·전남 환경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정부의 환경기초시설 민영화 방침에 따라 2002년 창단된 광주광역시환경시설공단은 ‘시민을 감동시키는 환경기초시설 명품화 실천, 부조리가 없는 클린공단 실천, 시민과 함께 찾아가는 행정서비스 실천’ 등 3대 항목을 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4-H를 둘러싸고 있는 어려운 여건에 대해 정 회장은 ‘4-H는 60년 동안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진단한다. 새로운 꿈과 비전을 제시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4-H운동도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체성부터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포커스를 청소년에 둘 것인지, 농촌에 맞출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서 그의 답은 이렇게 돌아왔다. 비록 4-H운동이 농촌에서 출발했지만, 청소년들이 다 떠난 농촌에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느냐고.

생명력 있는 4-H운동으로 거듭나야

 이제는 더 높은 곳에서, 더 넓게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 그는 말한다. 농촌이 현장이 아니라 청소년이 있는 곳이 바로 현장이라고. 기술훈련과 영농교육 중심의 영농후계인력 양성을 위한 4-H에서 지역사회 발전과 학교교육을 보완하는 전인교육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임을 그는 강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애정과 자질을 갖춘 지도자가 4-H운동을 이끌고 자생력을 갖추는 일임을 그는 잘 안다.
외국에서 도입된 4-H운동으로 발전을 일구어낸 만큼 아니 그 이상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지구촌에 기여할 수 있는 창조적인 청소년운동으로 진화하기를 바라는 그의 바람이 현실화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정동욱 기자〉

 

현장에서 만난 지도사

이 강 하 광주광역시농업기술센터

“1992년부터 지금까지 광주광역시4-H본부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 오시면서 1000만원밖에 되지 않던 기금을 3억원으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 또 시민사회운동에 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든 열정을 다 쏟아 부으셨죠.”
정구선 회장은 후원회 시절부터 민간운동체로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데 역점을 두었다고 이강하 지도사는 말한다. 또 자연을 사랑하고, 특히 산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멋진 4-H인이라고 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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