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5 격주간 제853호>
[시 론] 온전한 삶 위해 ‘그냥’하지 말고 ‘생각’하자

"4-H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생각’하며 푸르른 5월을 보내길 바란다"

이 광 호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

2017년, 우리사회는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인구절벽, 경제침체와 저(低)성장 및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등 전례 없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선 인구통계 작성 이후 생산가능인구의 첫 감소가 시작되었고,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에 달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하며 노인인구가 14세 이하 유아, 아동 인구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노동공급과 투자 감소로 이어져 성장이 더디어지는 요인이 된다. 또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내외 경제의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는 소위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론(secular stagnation)까지 예상하고 있다.
실제 우리 경제는 지난 3~4년간 2% 후반의 저성장에 머물고 있다. 저성장은 단순한 경제침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 등 우리사회 모든 삶의 영역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우리 청소년 세대는 지금과는 다른 장기적 저성장 국면에서 일생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금융, 노동, 공공, 교육 분야의 ‘구조개혁’을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한 국가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한다. 특히 교육 분야를 비롯한 구조 개혁과 일자리 창출 및 양극화 해소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국가적 어젠다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융합과 초연결사회로 나타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회장의 표현과 같이, 한마디로 100개의 레고 조각으로 놀던 아이가 1억개의 레고 조각으로 놀게 되는 ‘기하급수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구절벽, 저성장 및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우리 청소년세대의 일자리 감소와 사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등 우리사회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많은 청소년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미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공무원이 되고자 청춘을 ‘그냥’, ‘그저’ 참아내고 있다.
그런데 저성장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청소년들은 이제 자신의 꿈이나 진로를 그냥‘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고 잠자리에 들고 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어떻게’해야 할지에 앞서‘왜’라는 질문을 놓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왜’라는 질문은 필요하지 않고, 오로지 아무 생각 없이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그냥 공부에만 매달리라는 압박 속에서 지내왔을 수도 있다. 이제 이런 ‘생각 없는’,‘그냥’의 공부만으로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다. 이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과 어른 세대 모두는 조직과 사회 안에서‘나’를 생각하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농사’와 ‘경제’ 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농사와 경제, 직업은 내게 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나만의 독특한 생각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난 3월 모 방송국의 모든 고민을 다 들어주는 프로그램에 15세 중학생 아들(한 군)이 한평생 농부로 살겠다는 것이 고민인 엄마가 출연했다. 어머니는 근심이 가득했다. 지금 성적으로는 농업고등학교 진학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농기계를 사용하다 아들이 다치기도 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아들은 일찌감치 농업에 뜻을 두어 할아버지와 밭과 축사를 함께 건사하고, 중학생이 된 지금은 본인이 직접 데려온 닭 100마리, 염소 10마리, 개 6마리를 키우고 있다. 최소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는 농사일에 대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농사에 대한 확고한 신념, 입담, 노래 등으로 극찬을 받았던 한 군은 엄마의 걱정에 “공부를 잘하는 농사꾼도 있지만, 공부 못하는 농사꾼도 있어유~”라고 능청을 떨었다. 그리고 겨울에도 일하는 진짜 이유는‘봄에 농사가 잘 될 수 있게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깊은 속내를 정리해주었다. 평생 농사꾼이 되겠다는 중학생 한 군의 진지하면서도 구수하게 정리된 얘기에 스튜디오는 초토화되었다. 이런 중학생 한 군의 폭발적 매력은 할아버지를 따라 ‘그냥’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농사가 자신에게 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의 실마리를 놓지 않은 노력의 성과물이다. 그 매력은 ‘생각’하고 있는 ‘농심(農心)’그 자체이다. 5월은 전국에 있는 이런 매력을 가진 청소년들의 달이다. 우리 4-H청소년들이 부디 민주시민으로서 ‘생각’하며, 푸르른 5월을 멋지게 보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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