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5 격주간 제849호>
[이 한 권의 책]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삶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임 영 택 지도교사(음성 원당초4-H회)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한 번 쯤은 하늘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을 때가 있다. 일이 아무리 힘들고 바쁘더라도 아주 가끔씩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맑은 공기를 마시며, 파란 하늘을 멍하니 응시하고픈 그런 상상.
아마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음직한 일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이러한 작은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하다. 그렇기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이 현대인들에게는 가장 소망하는 말이 아닐까?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일상 속에서 작은 여유를 찾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부와 명예를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늘 무언가에 쫓기며 산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진 것은 없어도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에 만족하며 작은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삶을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190P)’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접어두고 세계여행을 선택한 꾸뻬 씨에게 중국의 한 노승이 전한 말이다. 어린 시절 잡히지 않는 무지개의 끝을 잡겠노라고 가시덤불에 긁히고 도랑에 넘어지며 어딘지 모를 산으로 들로 헤매었던 기억이 있다. 무엇이 어린 마음을 이끌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다리에 상처가 나고 벅찬 숨을 몰아쉬어도, 저녁밥을 먹으라는 어머니의 고함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지개를 잡으러 달려가는 그 길이 마냥 신나고 행복했었다. 그 때는.
이처럼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목표를 행복에 두고 끝없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랑수아 를로르는 주인공인 꾸뻬 씨를 통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서로 다른 행복의 의미에 대하여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작가의 마음속에도 진정한 행복에 대한 갈망이 있었으리라.
그래서 이 책은 정신과 의사였던 작가의 자서전적 소설이라 불러야 더 어울릴 듯 하다. 작가는 자신을 꼭 닮은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 꾸뻬를 통해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를 시작으로 ‘에뜨 부 꽁땅 -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이야기까지 모두 20개의 꼭지로 엮어 프랑스를 떠나 중국을 거쳐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행복의 의미들을 찾아 나선다.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를 통해 얻은 첫 번째 지혜가 바로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그게 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라고 말 할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꾸뻬 씨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한다. 행복은 때대로 뜻밖에 찾아오며, 바로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라고.
이 책에 엮어 놓은 이야기들은 바로 우리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상상 속에서나 그려봄직한 그런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도 바로 만날 수 있는 서민들의 일상. 바로 그것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행복이란 가치의 배경이다. 꾸뻬 씨가 정신과 의사 시절 의사로서 만났던 사람들이나,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바로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보통 사람들이다.
정신적 병을 앓고 있던 삐뇽, 자신의 일에 성공한 여자인 까뜨린느, 이리나 부인, 꾸뻬의 여자 친구 클라라,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비비엥, 꾸뻬의 친구 뱅쌍, 매력과 사랑을 간직한 중국 여인 잉리, 알 듯 모를 듯 스스로 판단하라는 묘한 숙제를 던져주는 수도승, 꾸뻬가 타고 있는 차를 빼앗았던 흑인 강도들, 심리학자 아녜스. 꾸뻬는 이들의 일상을 통해서 삶의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나름의 정의를 내린다. 물론 이 책이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에 대한 속 시원한 사이다 같은 해답을 주진 않는다. 다만 꾸뻬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복을 향한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 오유란 옮김 / 오래된미래 펴냄 /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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