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5 격주간 제839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군자는 편 가르기를 하지 않는다
"잘못을 알았다면 거리낌 없이 고쳐야 한다
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
- 《논어(論語)》 중에서"


공자가 주유천하를 할 때의 일이다. 우연히 미생무(微生畝)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미생무는 공자에게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당신은 어찌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가? 말재주를 부려 뭔가 얻으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
권력자들을 찾아다니며 권력의 끄트머리라도 쥐어보려고 말장난을 치고 다니는 게 아니냐는 뼈아픈 비판이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말재주나 부려 뭔가 얻으려는 게 아니오. 다만 고집불통을 미워해서(疾固) 이러는 것이오.”
질(疾)은 병이나 고통을 뜻하기도 하지만 ‘미워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고(固)는 단단하고 확고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어느 하나에 얽매여 억지로 우기는 것도 뜻한다.
그러므로 공자가 말한 ‘질고(疾固)’는 어느 하나만을 고집하고 꽉 막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뜻이다.
나 혼자 옳다는 생각에 모든 것과 교류를 끊고 홀로 지내는 것을 공자는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자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지내는 것이다.
공자는 “잘못을 알았다면 거리낌 없이 고쳐야 한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過則勿憚改 過而不改).”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르면 잘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잘못은 그것을 깨우치고도 개선하지 않는 것이라고 공자는 강조한다.
진나라의 사패(司敗 : 법무책임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노나라의 왕 소공은 예(禮)를 압니까?”
노나라 출신이었던 공자는 대답하기가 곤란했다. 어린 나이에 임금의 자리에 오른 소공은 놀기 좋아할 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왕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자신의 조국인 노나라의 왕을 함부로 폄하하기 어려워 “네, 예를 아는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공자가 자리를 뜨자 사패는 공자의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공자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도 별 수 없군. 자기와 가깝다고 편드는 모습을 보시오. 소공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데, 그가 예를 안다면 세상에 예를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군.”
공자의 제자는 밖으로 나와 사패가 한 말을 공자에게 전했다. 그러자 공자는 갑자기 “아!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丘也幸)!”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나에게 잘못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가! 그러므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 편이면 잘못을 저질러도 감싸주고 변명을 해주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내세우며 ‘똑같다’라고 물타기 하는 요즘의 세태가 슬프다.
내 편이 잘못했다면 그것을 깨닫게 만들어 고쳐주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내 편이다. 모른 척 눈감아 주고,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변명해주고,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꾸며주는 것은 오히려 내 편이 아니다.
잘못을 고치게 도와주는 사람이 진정한 내 편이 아니겠는가.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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