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15 격주간 제648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도심 하천에 수달 물장구

대구 신천 수달

대구광역시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신천(新川)에 수달이 찾아와 물장구를 친다. 10여 년 전 만해도 오폐수로 물고기들이 사라지고 폐수와 악취로 시민들이 외면했던 ‘죽음의 하천’이 맑은 물로 탈바꿈됐다.

<대구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 수달이 카메라에 포착됐다(대구광역시 제공)>
비슬산에서 발원한 신천은 용계동에서 대천과 합류하여 시가지를 관통해 침산동에서 12.4㎞의 물길 여정을 마치고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예전에는 용두산·수도산·동산·달성공원 앞을 거쳐 금호강으로 유입되어 홍수의 피해가 잦았다.
1776년(조선 정조 1년) 대구판관으로 부임한 이서가 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사재를 털어 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렸다. 치수정책에 감복한 주민들은 제방이름을 ‘이공제’라 하였고, 새로 물길을 잡은 내를 ‘새내’ 또는 신천이라 불렀다. 그를 기리는 공적비가 신천변에 세워져있다.
대구광역시는 지난 10년간 121억원을 들여 신천의 수질개선에 심혈을 쏟았다. 송수관로를 설치하여 하류에 있는 신천하수처리장 방류수를 하루 12만톤씩 상류로 역류시켜 꾸준히 물이 흐르게 만들었고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철저하게 막았다. 그 결과 4급수였던 수질이 2급수로 개선되면서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물고기와 새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유호종씨에 따르면 최근 신천의 생태계 조사결과 참몰개, 피라미 등 11종이 발견됐으며 2급수 이상에서 사는 기름종개, 긴몰개, 송사리, 꺽지 등이 확인됐다고 한다. 또 고방오리, 넓적부리오리, 왜가리 등 조류도 19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도 관찰됐다. “특히 수달 10여마리가 신천에서 발견된 것은 경사”라고 말한다.
<대구 신천 야경. 야행성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민관이 발 벗고 나섰다.>
서식환경 파괴와 하천오염, 남획 등으로 사라졌던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 신천에 나타난 것은 물이 맑아졌음을 입증한다. 1급수에만 서식하는 수달은 야행성으로 쉽게 눈에 띄지 않으며 위험 상태에 이르면 물 속으로 잠복한다. 청각과 후각이 잘 발달되어 천적의 습격을 감지하고 물고기의 냄새를 맡고 먹이를 구한다. 대구MBC가 1년 6개월에 걸친 취재결과 수달의 생태를 생생하게 안방으로 전했고, 시민들도 수달의 존재를 실감했다.
2005년 제1차 수달의 서식실태 조사 결과 신천은 수달이 서식하기엔 열악한 조건일 뿐 아니라 위협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투견 등에 의한 공격위험, 불법 투망 및 어로행위, 서식지 이동에 따른 사고 위험, 하천공사로 인한 서식처 파괴 등 위협요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밖에도 수달 관찰자에 의한 카메라 플래시, 경적과 소음 등도 수달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신천을 찾아온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대구시와 시민들은 발벗고 나섰다. 민·관 합동으로 수달보호협의회를 구성하여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우선 시민들의 왕래가 잦은 신천 둔치에 수달보호 안내판을 설치하고 차량사고 등 로드킬(Road kills)이 우려되는 지역에 안전펜스와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안내문을 설치했다. 환경 순찰을 강화하여 밀렵 등 불법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소음과 매연을 발생시키는 차량, 오토바이의 신천 둔치출입을 금지하고, 사진촬영, 확성기를 이용한 행사를 자제해 주도록 홍보하고 있다. 또한 수달을 놀라게 하는 불꽃놀이, 폭죽사용, 수달에게 돌을 던지거나, 고함을 질러 놀라게 하는 행위를 삼가해 달라는 전단지를 배포했다. 대구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한 수달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친환경생태도시 조성의 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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