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15 격주간 제648호>
< Cinema & Video > 가족의 뒷면은?

좋지아니한가(家)

‘말아톤’을 만들었던 정윤철 감독이 두 번째 영화를 만들었다. ‘말아톤’이 자폐아인 ‘초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가족 영화라면, ‘좋지아니한가(家)’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주인공이 되는 집단 캐릭터의 가족 영화다. ‘말아톤’은 가족 간의 사랑과 존재에 대한 확신으로 시작해서 재확인하며 끝난다. 하지만 ‘좋지아니한가(家)’는 분해 직전의 가족들이 새로운 의사소통 방법을 찾아가는 듯 보이다가 다시 절대 각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끝난다.
어느 날부터인가 생물학적인 남자 구실을 할 수 없게 된 고개 숙인 가부장 심창수(천호진), 자나 깨나 밥 퍼주고 식구들 건사하는 일에만 전념하는 엄마 희경(문희경), 전생에 자신이 왕이었다고 믿는 아들 용태(유아인), 무협작가인척 하지만 사실 백수인 이모(김혜수), 기간제 영화교사(박해일)를 흠모하게 된 몽상가 딸 용선(황보라), 여기까지가 가족의 구성원이다.
이제 이들이 각자의 사건에 빠져들게 된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심창수는 제자뻘 되는 소녀에게 호의를 베풀었다가 원조교제 교사로 낙인 찍혀서 매장될 위기에 처하고, 엄마 희경은 불치병 선고를 받은 뒤 미소녀를 사랑하게 되며, 아들 용태는 절대 받아 들여 주지 않는 소녀가장에게 끝없는 구애를 하고, 딸 용선은 영화교사를 사랑하게 되어 회원이 단 한 명뿐인 미스터리 동호회에 들게 되고, 이모는 사랑했던 남자에게 차이게 된다. 누구하나 평범해 보이지도 닮아 보이지도 않는 가족 구성원들은 아버지의 위기를 얼떨결에 공동대처하면서 다시 가족애를 확인한다.
영화는 사건의 축 보다는 각자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이해할 수 없는 각자의 모습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다른 어떤 끈끈한 감정보다도 빨리 모여들어 위기를 대처하는 것이 가족이다. 정윤철 감독은 영화 내내 영화교사(박해일)의 입을 통해 “달의 뒷면은 우리가 볼 수 없어. 그런데 거긴 커다란 구조물이 있데”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났을 때에는 정말 달의 뒷면이 스크린에 등장하고, 그의 말처럼 삼각 구조물이 있다. 그리고 그 구조물은 지구를 떠받치는 이미지에서 끝난다. 마치 우리가 매일 보는 달이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달의 뒷면 구조물이 지구를 떠받치듯, 우리가 매일 만나는 가족이지만 제대로 알 수 없는 속마음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뒷면을 버리지 말고 좀 더 애착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듯싶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호주·뉴질랜드 연수기> 농업선진국 돌아보며 소중한 추억 만들어
다음기사   ‘60주년 해’ 맞아 4-H운동 추진역량 높여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