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1 격주간 제643호>
< Cinema & Video > 환타지 장르에의 도전

중     천

크리스마스가 되면 찾아왔던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시리즈가 올해는 개봉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리를 우리나라 영화 ‘중천’이 차지하려는 듯 크리스마스에 맞춰 개봉했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열정과 자신감으로 극복하려 했지만 보고 난 후 떠오르는 영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환타지 영화 ‘화산고’였다. 결국 ‘중천’은 ‘화산고’가 범했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 했다. 컴퓨터그래픽(CG) 기술과 물량면에서는 충분히 볼거리는 제공했지만 이야기의 허술함과 지루한 드라마 전개는 화산고 때와 변화가 없었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이곽(정우성)’은 역귀를 쫓으려다가 사랑하는 여인 ‘소화(김태희)’를 잃게 된다. ‘소화’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왕실 소속의 ‘처용대’에 뽑혀 퇴마무사가 된다. 그런데 처용대는 왕권이 바뀌면서 왕실로부터 천대를 받게 되고 반정을 꾀하지만 제일무사 이곽만을 남긴 채 모두 죽는다.
혼자 남은 이곽은 왕실에 쫓기면서 역귀를 물리치던 어느 날 독극물에 중독 되어 사경을 헤맨다. 그 순간 어떤 힘에 의해 생인인 상태로 이곽은 중천에 들어선다. 환생을 기다리며 죽은 영혼들이 49일간 머무는 중천에서 이곽은 꿈에도 그리던 여인 소화와 재회를 한다. 하지만 소화는 이미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천인으로써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중천은 원귀들의 반란으로 위기에 빠져든다. 중천을 구할 수 있는 영체의 목걸이를 지닌 소화가 원귀들을 표적이 되고,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소화를 위해 이곽은 원귀와 사투를 벌이게 된다. 그런데 그 원귀의 중심은 바로 자신과 함께 처용대를 이끌었던 동료들이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동료를 가운데 두고 이곽과 처용대는 운명적 대결을 펼치게 된다.
영화 중천의 최대 매력은 이 땅에 없는 공간을 만들어낸 CG다. 마치 환타지 게임을 보는 듯한 화려한 CG 기술은 서사와 상관없이 훌륭하게 구연되었다. 750컷, 전체 영화의 3분의 1을 훌쩍 넘는 ‘중천’의 CG는 국내 12개 전문 업체들이 매달려 완성한 노력의 결정체이다. 그리고 가상의 공간의 중심은 ‘영웅’으로 유명한 진황궁 세트에서 촬영되었다. 원귀와 싸우는 시퀴스의 상상력과 컨셉은 헐리웃 영화 못지않게 훌륭하고 박진감 넘친다.
하지만 영화는 지루하다. 끝임 없이 비슷한 톤으로 반복되는 액션과 설득력 없는 정우성과 김태희의 사랑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특히 두 사람의 왜 사랑을 하는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단순히 설정된 듯 연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자본도 기술도 그리고 돈을 많이 받는 배우도 결국 이야기라는 기초적인 것이 만족되었을 때만 빛 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영화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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