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5 격주간 제897호>
[시 론]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한 노력, ‘소통’

"‘7대3의 법칙’이란 서로 대화할 때 10분이 주어진다면 7분은 듣고 3분은 얘기하는데 할애하라는 뜻입니다.
내 주장을 무턱대고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의 주장이나 얘기를 먼저 그리고 많이 듣는 게 중요합니다"

이 기고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김 현 욱 아나운서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면 당연히 토의와 토론이란 여론수렴방법을 떠올릴 것입니다. 각기 다른 생각과 주장을 가진 수많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려면 토의나 토론만큼 좋은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토의 및 토론 교육을 하는 경우도 많고 대회를 만들어 관련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좋다는 건 모두 알지만, 그 방법을 모르면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저는 ‘국회의장배 고교토론왕’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연한 학생들이 토론을 정말 잘해서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요. 이 청소년들이 성인이 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더없이 뿌듯합니다.
중요한 건 이 친구들도 처음부터 토론을 잘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오랜 시간 배우고 연구하고 또 연습했기 때문에 이런 실력을 갖추게 되었죠. 그래서 이 자리를 통해, 수년간의 방송 생활 중 개인적으로 터득한 말하기기술 즉 소통하는 방법을 전달해드릴까 합니다.

소통의 시작 : 7대 3의 법칙

‘7대3의 법칙’을 들어보셨나요? 처음부터 수치가 나오니 뭐 거창한 거 아니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기본 중의 기본이라 이미 들어보신 분도 많을 겁니다. 다만 실천을 못 해서 문제인 거죠.
‘7대3’이란 서로 대화할 때 10분이 주어진다면 7분은 듣고 3분은 얘기하는데 할애하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내 주장을 무턱대고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의 주장이나 얘기를 먼저 그리고 많이 듣는 게 중요합니다.
아마 경청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그 비율이 7대3이란 사실에 놀라셨을 수도 있습니다. 과장하자면 내 얘기는 접고 아예 듣기만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의중을 파악해야 거기에 맞게 대응할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이치겠죠? 이 경청이 바로 소통의 시작입니다.

소통의 기본 : 역지사지

역지사지, 즉 상대방의 입장이 돼보라는 사자성어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었다면 그다음에 말할 땐 내가 하는 말을 상대방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또는 받아들일까 상상해봐야 합니다. 실제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은 어떤 말을 하면 문제가 될지 잘 알기 때문에 말을 할 때 신중한 편입니다.
예전에 친구로부터 상처를 입고 더욱 조심하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아주 유쾌하게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은 후, 아직 종료되지 않은 전화기 너머로 저를 험담하는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죠. 앞뒤가 다른 친구의 모습에 실망했고 거기에 대해 언급은 못 했지만 서로 소원해졌습니다. 그로 인해 나도 그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겠다 싶어 조심하게 됐죠.
더불어 역지사지를 통해 상대방의 수준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대화하는 사람은 남녀노소 천차만별입니다. 만약 상대가 아이라면 수준에 맞는 단어와 말을 골라야 합니다. 어른이라면 그 상황에 맞는 어법과 예의를 갖춰야 하고요.
같은 나이 또래라 할지라도 자라온 환경과 지식, 관심사 등이 다를 수 있으므로 내가 주가 아니라 상대방의 수준에 맞출 줄 알아야 진정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지식의 저주란 말이 있는데요.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대화를 잘 못한다는 뜻입니다.
언뜻 들으면 아이러니하죠? 하지만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가진 것과 그걸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어려운 용어를 자기수준에서 전달하면 상대방은 전혀 이해를 못 할 것이고 대화는 단절되겠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맞춰주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소통의 방법 : 올바른 표현법

마지막으로 정확하고 올바른 표현이 필요합니다. 약간의 기술적인 문제이고 연습이 필요한 부분인데요. 상대방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려면 내가 가진 생각이나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해야겠죠?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소리가 너무 작거나 얼버무리는 등의 방식으로 말하면 상대방이 정확하게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전달하고 싶은 내용의 기본은 진정성입니다. 하지만 진정성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그걸 상대방이 볼 수 있게 잘 포장해주는 것이 바로 표현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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