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5 격주간 제867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올바른 선택을 위하여

"나는 물고기도 좋아하고 곰 발바닥도 좋아한다
魚我所欲也 熊掌亦我所欲也(어아소욕야 웅장역아소욕야)"
 - 《맹자(孟子)》 중에서


유학(儒學)에서는 ‘때에 따라 적절히 하라’는 의미를 지닌 ‘시중(時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서두르지 말고 늘 평상심을 유지하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갑자기 불이 일어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급한 일이 생기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미리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그에 적절한 행동을 취하라는 것이다.
“빨리 뛰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야”라고 말하며 화재가 일어났는데도 천천히 움직이면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민첩하게 움직여 먼저 사태를 수습하고 사태가 수습된 이후에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반성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올바른 선택’이다. 맹자는 ‘올바른 선택이 바로 의(義)를 실천하는 시작점’이라고 강조한다.
“나는 물고기 요리도 좋아하고 곰 발바닥 요리도 좋아한다(魚我所欲也 熊掌亦我所欲也). 그러나 두 가지를 동시에 먹을 수 없다면 물고기 요리를 포기하고 곰 발바닥 요리를 먹을 것이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대목이다. 맹자가 물고기 대신 곰발바닥 요리를 선택한 것은 물고기를 싫어하고 곰발바닥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둘 다 좋아하지만 반드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는 곰발바닥 요리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맹자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일까. 그 뒤에 이어지는 글을 보면 파악이 가능하다.
“나는 풍요롭고 안락한 삶도 좋아하고 올바르고 의로운 삶(義)도 좋아한다. 그런데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없다면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버리고 올바르고 의로운 삶(義)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죽음을 싫어한다. 그러나 구차한 삶도 싫어한다. 두 가지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죽음을 선택할 것이다. 죽음보다 구차한 삶을 더 싫어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이처럼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를 결정한다. 올바른 삶은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것이다. 옳고 그름은 이처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맹자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나에게 ‘왜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려고 노력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라. 배고픔에 지친 거지에게 밥 한 덩이를 주더라도 욕하고 비아냥거리며 침을 뱉으면서 발로 밀어주면 좋아하겠는가. 높은 벼슬자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지보다도 못하게 벼슬자리를 준다고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나아가 고개를 숙여 절을 한다. 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맹자는 고집불통인 사람이 아니었다. 무조건 안락함을 거부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부끄러운 안락함을 거부했을 뿐이다. 결국 키워드는 ‘부끄러움’이 된다.
그렇다면 올바른 선택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평소에 나와 내 주변을 면밀하게 살펴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손바닥을 보는 것처럼 잘 알고 있어야만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바른 선택을 하게 된다.
맹자가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면 그는 물고기 요리와 곰 발바닥 요리 사이에서 허둥거렸을 것이다. 안락한 삶과 의로운 삶, 구차한 삶과 죽음 사이에서 갈등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는 허둥거리지 않고 갈등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올해의 일들을 결산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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