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5 격주간 제859호>
[학교 4-H 탐방] 텃밭 가꾸고 토끼 기르며 아기자기한 4-H활동 만들어가요
예천 지보중학교

<이장식 교장>
12년 만에 다시 찾은 학교. 강산이 한 번 변할 만큼의 시간이 훌쩍 지나고 며칠 전 지인의 추천을 받아 우연히 또 한번 발걸음을 하게 됐다. 새마을과 무궁화열차를 갈아타고 네 시간 넘게 가야 하는 탓에 10년 전과 다름없이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서둘렀다.
‘어떻게 변했을까’하는 궁금증을 안고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리며 도착한 지보중학교(교장 이장식·경북 예천군 지보면 지보로 167-7). 이장식 교장은 ‘교육이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과정’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19명밖에 되지 않는 전형적인 농촌 소규모 학교입니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겸손과 양보하는 미덕을 알고,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진정한 용기의 의미를 지닐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도 함께요.”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운 일은 10년 사이에 70명이 넘던 전교생이 19명으로 줄었다는 사실이다. 농촌에 젊은 사람이 점점 없다지만, 실제 겪어보니 꽤 충격적이었다.
지보중학교4-H회(지도교사 임병근·회장 김희성)는 2002년 조직돼 15명의 회원들이 아기자기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제활동으로 학교 텃밭을 가꾸고 토끼를 기르고 있다. 봉사활동으로는 봄가을 농가일손돕기와 홀몸 어르신들에게 김치 담가드리기, 사회복지시설 위문활동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눈다.
3년째 4-H회를 맡고 있는 임병근 지도교사는 “회원들이 4-H활동을 하면서 진로와 진학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3학년 중에는 농업계열로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600여㎡ 되는 학교 텃밭에는 고추, 호박, 가지, 참외, 오이, 토마토, 땅콩 등 여러 채소를 키우고 있다. 다 자란 농작물은 선생님, 학생들과 나눠먹고, 집에 가져가기도 한다. 쟁기로 텃밭을 일구는 작업부터 모종을 심고 물주고 잡초 뽑고 수확할 때까지 회원들이 먼저 나서서 하면 임 지도교사는 도와주는 정도다. 예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작년에 1천만원을 지원받아 비닐하우스 제작과 스프링클러 설치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토끼 막사에는 재작년에 수십 마리에 이를 정도로 토끼가 많았는데, 지금은 어미토끼 세 마리만 남겨두고 모두 분양했다. 토끼한테 선생님 이름을 재미삼아 별명으로 붙여서 장난을 치던 회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땐 사제 간의 친근한 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농번기 때에는 주말에 농가일손을 돕는다. 봄에는 모판에 흙을 넣어 씨를 뿌리고 다시 흙을 덮어서 옮기기까지 구슬땀을 흘려가며 고사리 만한 손으로 바쁜 일손에 힘을 보탠다. 가을철에는 고구마나 땅콩을 수확하는 일을 돕고 있다. 텃밭에서 재배한 배추와 무로 김치를 담가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을 방문해 갖다 드리기도 한다.
또 장애인들이 머무는 ‘예천사랑마을’을 찾아가 우쿨렐레 등 악기연주와 춤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청소와 말벗을 해드리며 위문봉사활동을 해마다 펼쳐오고 있다.
2학기에는 1인 1식물 가꾸기를 꼭 해보고 싶다는 임 지도교사. 임 지도교사는 “4-H가 너무 농업에만 치우친 활동에서 벗어나 다양한 과제학습으로 인성을 가꿔가는 활동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보중학교 4-H회원들의 때묻지 않은 순박한 마음이 촉촉한 빗줄기가 되어 뜨거운 태양 아래 메말라버린 농토를 적셔주길 바란다.  〈정동욱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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