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01 격주간 제653호>
제7회 전국4-H회원 사이버백일장 입상작(1)

최우수상

‘가랑코에’ 이야기

도여진(경기도 시흥시 진말초등학교)
어느새 또 봄이 왔다. 우리 동네는 바람도 많이 불고 봄이 좀 늦게 찾아오는 것 같다.
봄이 되면 우리 집은 늘 분주해진다. 우리 엄마는 동물은 무섭고 싫어하시면서 유난히도 꽃들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봄이 되면 늘 화분을 갈이 하시고 겨우내 자란 꽃들을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시켜주신다.
내가 일학년 되던 봄에는 엄마가 나에게 작은 꽃이 필거라며 화초 하나를 심은 작은 화분을 건네주셨다.
“엄마가 대신 키워주지.”
“우리 이쁜 여진이가 한번 키워보렴. 여진이가 물도 주고 햇빛도 받게 해주고 거기에 사랑까지 주면 아주 예쁜 꽃을 피울 텐데. 한번 키워보지 않을래?”
엄마 말씀을 들으니 쉬울 것 같았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나는 작은 표지판도 세웠다. ‘가랑코에…여진이꺼’라고. 엄마가 사람에게도 이름이 있듯이 화초에도 다 이름이 있다고 하시면서 가르쳐 주신 이름이었다.
그렇게 작은 화분을 베란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놓아두었다. 엄마가 이사시켜준 화분들도 베란다에 줄을 섰다. 키 큰 화분, 키 작은 화분, 노랑 꽃, 분홍 꽃 등등 참 예쁘게 베란다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는데 학교에서 화분 하나씩을 가져 오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친구들은 ‘집에 가서 엄마에게 사달라고 해야지’ 하는데 나는 집에 있는 내 작은 가랑코에를 떠 올렸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난 베란다로 달려갔다. 내 작은 화분엔 아직 꽃이 피지 않고 그저 햇빛을 맞고 있었다. 엄마에게 학교에서 화분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고 말씀드리고 가랑코에를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엄마는 나를 앉으라고 하시더니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며 부탁을 하셨다.
“여진아, 여진이 햇빛을 많이 보면 목이 마르지? 또 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 나지? 그리고 추운데 오래 있으면 감기 걸리지? 그리고 먼지가 많은데 있으면 눈이 아프고 목이 따갑지? 꽃들도 마찬가지란다. 햇빛을 너무 많이 보아도, 물을 너무 많이 주어도 또 반대로 물을 너무 주지 않아도, 공기가 나빠도 살기가 힘들단다. 우리 여진이 잘 할 수 있지?”라고 하셨다.
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서 늘 엄마가 하시는 것을 보니 쉬울 것 같았다. 엄마도 보면 가끔 물주고 해가 쨍쨍한 날엔 베란다 창문을 열어서 꽃을 햇빛 잘 드는 곳에 놓아두고 바람 좀 맞게 해주고 별다른 것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음날 나는 내 작은 화분을 들고 발걸음도 가볍게 학교로 갔다. 다른 친구들도 처음 듣는 이름에 여러 가지 화분들을 가지고 왔다.
난 마음속으로 ‘내가 제일 먼저 꽃을 피워서 엄마와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물을 얼마나 자주 주어야 하는지도 물어서 달력에 꼼꼼히 적어놓았다.
다음 날 일찍 학교로 가서 우선 커튼을 열어 햇빛이 들어오게 하고 물컵에 물을 담아 교실로 왔다. 내 가랑코에에게 가서 물을 주며 ‘얼른 자라서 꽃이 피어라’라고 하며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그날부터 나는 물주는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를 못했다. 어느 날 부터인가 나는 물주는 날도 잊어버리고 커튼을 열어 햇빛을 보여주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렇게 서서히 내 기억에서 가랑코에를 잊어갈 때쯤 우연히 나와 같이 심었던 엄마 화분에 예쁜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다. 잊었던 내 가랑코에가 생각났다.
다음 날 내 가랑코에가 궁금해서 학교 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내 작은 가랑코에에게 달려가 보니 꽃은 피지 않고 키도 별로 자라지 않고 있었다. 물을 마시지 못해서 그런가 싶어서 미안했다.
그날부터 난 다시 열심히 물을 주고 커튼도 열어주고 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나자 작은 꽃봉오리들이 생겨났고 클로버처럼 생긴 것들도 옆에 여섯 개나 자라기 시작했다. 별로 힘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가랑코에를 잘 챙겨주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가랑코에도 소중한 생명이 있는 것인데……. 얼마나 목이 마르고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젠 정말 작은 생명도 소중히 보살펴 주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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