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01 격주간 제653호>
<時論> 4-H회원 정체성 찾아주는 사이버백일장

송 재 진 (아동문학가/사이버백일장 심사위원)

4-H와 인연을 맺은 것은, 편집자이자 글쓰는 사람으로 ‘4-H와 푸른 세상’ 편집 회의와 백일장 심사 등을 맡으면서부터였다. ‘아직도 4-H가 활동하고 있구나!’ 스스로 놀랐을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 역시 ‘지금도 4-H가 있단 말이야?’ 물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일찍이 지(智)·덕(德)·노(勞)·체(體)의 4-H 이념을 바탕으로 농촌 문화를 이끌어 빛나는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에 대한 전통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약화된 오늘에 와서는 워낙 깊이 인식된 4-H만의 독특한 정체성이 되레 전근대적인 느낌으로 다가선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 역사를 가진 한국4-H운동이 시대 변화에 따른 침체·휴면·과도기를 거쳐 농업과 자연을 체험케 함으로써 그 공익적 가치를 일깨워 주는 ‘청소년4-H교육운동체’로 거듭나기 위해 한국4-H본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21세기에 걸맞을 새로운 정체성 확립에 애쓰는 모습을 보면 여간 든든하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백일장을 개최함으로써 정보화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농업과 생명 그리고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찰의 기회를 제공하며, 친환경적 사고와 정보화 능력을 겸비한 4-H인 육성에 기여하기 위해 펼친 제7회 전국4-H회원 사이버백일장 입상작이 결정되었다. 사이버백일장이야말로 4-H회원들이 4-H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글로 표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된다. 이번 대회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은 회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입상은 못했지만 정성들인 원고를 보내 온 모든 회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 심사위원은, 우수한 작품은 물론이고 얼마쯤 글쓰기가 서툴더라도 나름대로의 체험에서 우러난 진정성이 담겨 있는 글은 대개 입상권에 올리며 기뻐했다. 그러나 엇비슷한 생각이 고만고만한 모양새로 엮어진 글을 놓고는 퍽 아쉬워했다.
‘자연 사랑·인간 사랑’이라는 주제에 따라 희생·인내·노력 등 자신의 생각을 글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좋지만, ‘세상에서 가장 낮은 데로 가서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길을 가겠다.’면서도 그처럼 생각하게 된 동기(자신만의 진솔한 체험)나 대안을 드러내지 못하고 누구나 알 만하거나 피상적인 모범 답안을 찾으려 애쓴 흔적을 드러낸 경우가 그러하다. 글쓰기에는 모범 답안이 따로 없다. 그렇다고 얄팍한 손재주로 이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체험(직접 경험)과 공부를 포함한 책읽기(간접 경험)에서 얻은 자신만의 생각을 참되게 나타냄으로써 독자의 가슴에 울림을 줄 수 있어야 비로소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며 깊이 생각하고 꾸준히 쓰는 버릇을 들이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기성 작가의 것이나 인터넷에 있는 글의 일부 또는 전부를 표절한 원고에 있다. 이런 작품은 거의 대부분 심사 과정에서 걸러지게 마련이지만, 아주 드물게 입상의 영광(?)을 누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덕분에 주위의 부러움을 한껏 받으며 어깨를 으쓱거리겠지만, 정작 자신까지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라도 입상작이 발표되면 독자들의 눈에 띄어 입상이 취소되어 고개를 들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사이버백일장은 그동안 회원들에게 농업과 생명 그리고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소기의 목적을 거두어왔다. 이제 7회를 결산하면서 사이버백일장을 통해 4-H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더 많은 청소년들과 일반인들에게 파급시킬 방안은 없을까 하는 점이다. 이 대회를 통해 4-H를 더욱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4-H에 동참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될 것이다. 아울러 이 대회 입상자들이 사이버상에 문학동호회를 만들어 자신들을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아무쪼록 이 귀한 행사가 회를 거듭하면서 한층 튼실한 생각으로 출렁이는 마당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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