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5 격주간 제855호>
[이 한 권의 책]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삶의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임 영 택 지도교사(음성 원당초4-H회)

사람은 누구나 개인에 따라 느껴지는 정도가 약간씩은 다르겠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기인 사춘기가 있다. 이 시기를 가리켜 ‘질풍노도의 시기’, ‘주변인’, ‘경계인’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도 이 시기가 그만큼 한마디 말로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명확하게 어느 시기에 속하지도 않으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기를 가리켜 청소년기라고 부른다. 대학 입학을 위해 공부에 매진하지만 원하는 삶이 그렇게 쉽게 다가와 주지는 않는다.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기도 무척 버겁다. 그러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까지도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진로에 대한 뚜렷한 결정을 하지 못한 채 그냥 그렇게 기성사회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대의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현실이리라. 그렇다고 우리 시대 모든 청소년들이 꿈이 없다거나 비전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과거 산업사회에 비해 정보화 시대인 현대의 청소년들은 훨씬 성숙하고 지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에 있다. 그러나 진정한 삶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자신의 꿈을 뚜렷하게 정립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청소년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들이다. 하고자 하면 못할 것이 없고, 자신의 삶의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이루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런 청소년들의 힘과 가능성을 일깨우기 위하여 작가는 주인공인 ‘재석이’를 통해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자 이 작품을 세상에 내 놓았다. 이 책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준다. 책을 읽기 시작하는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단박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작가는 주인공인 ‘재석이’를 중심에 두고 재석이가 겪는 청소년기의 일상과 주변의 인물을 통해 바른 삶을 어떻게 가꿔가야 하는 지를 알려주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힘들어 하던 재석이가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조직폭력배에 가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학교에서는 요주의 인물,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이야기는 이런 재석이가 학교에서 폭력행위에 대한 벌로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복지관에 가게 되면서부터 시작한다. 불만과 불평을 가득 안고 찾아간 복지관에서 뜻하지 않게 엄한 노인들의 서예 강사였던 ‘부라퀴’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재석의 삶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세상 모든 것에 부정적이고 반항적이었던 재석이가 부라퀴 할아버지와 그의 손녀인 얼짱 ‘보담’을 만나면서 서서히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바꾸고,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면서 조직폭력배에서 벗어나게 되는 과정을 어렵지 않게 그리고 있다.
“벽이라도 있으면 머리를 힘껏 들이박고 싶었다. 헤르만 헤세는 새는 알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싸우며 알은 곧 세계이기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은 아직도 그 알 안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다(133p)” 주인공인 재석의 자아에 대한 갈등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대목이다. 재석은 부라퀴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직폭력배에서 벗어나려고 끊임없이 갈등하고 번뇌한다.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떳떳하게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지만 누구나 이런 상황에서는 섣불리 자신의 의견을 말할 용기를 내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결국 재석은 동료 조직폭력배들에게 300대를 맞는 조건으로 폭력조직에서 완전히 탈퇴하기로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어미닭은 밖에서, 병아리는 안에서 함께 쪼아 껍질을 깨어야만 나올 수 있다는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처럼 재석에게 부라퀴 할아버지와 보담은 어미닭과 같은 존재다. 물론 틀 속에 갇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한 재석이의 안으로부터의 노력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옳고 그른 게 문제가 아니었다. 삶을 열정을 다해 느끼고 살아내는 것. 그것이 가슴 터질 듯한 젊음이고 재석이 갈망하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과연 얼마나 자신을 불사르며 지냈었던가 생각하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단 하나뿐인 삶을 열심히 살지 못한 회한에 재석은 자신에게 미안했다(166p)” 소설의 묘미는 드라마 같은 반전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책 또한 반전의 묘미를 보여준다. 모든 것이 부라퀴 할아버지의 작전(?)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마음이 후련함을 느낄 수 있다.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와 함께 작가의 ‘재석이 시리즈’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돌아왔다-열 받았다-달라졌다)를 마음 편하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 시대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일상적 모습들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정욱 지음 / ㈜비전비앤피·애플북스 펴냄 /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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