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5 격주간 제853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친(親)에서 의(義)로 발전하라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로움이 있어야 한다
君臣有義(군신유의)
- 《맹자(孟子)》 중에서"


맹자는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확실하게 구분했다.
“공적인 일도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 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맹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개인이 모두 직접 해야 한다면 얼마나 지치고 피곤해지겠는가.”라고 말하며 노심(勞心)하는 사람과 노력(勞力)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심(勞心)과 노력(勞力)에 대해 마음을 쓰는 것과 몸을 쓰는 것이라 번역하기도 하지만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로 구분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맹자는 그러면서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치인(治人, 다스리는 사람), 사적인 일만 하는 사람을 치어인(治於人, 다스림을 받는 사람)이라 구분하는데, 이는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정치인과 국민 정도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설명이 재미있다.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밥을 나눠주는 사람이고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밥을 얻어먹는 사람이다.”라고 맹자는 정의한다.
그러면서 요순시대에 물을 관리하여 재난을 막아낸 우(禹)를 예로 들며 “13년 동안 치수사업을 하느라 집을 돌보지 못한 우(禹)의 경우를 보라. 그가 일상적인 삶을 살았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한다.
맹자가 말한 노심(勞心)과 노력(勞力), 치인(治人)과 치어인(治於人)이 단순한 계급적 구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밥을 주는 것이니 상하로 나누자면 국민이 더 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신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이가 정치인이라는 뜻이다. 이런 이야기 끝에 맹자가 내세운 것이 바로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다.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부자유친’은 노력자(勞力者)와 치어인(治於人)의 윤리이자 사적 관계의 기본이라는 뜻이며 ‘군신유의’는 노심자(勞心者)와 치인(治人)의 윤리이자 공적 관계의 기본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올바른 이해일 것이다.
친(親)은 서로 찬찬히 살펴보는 것(見)을 의미한다. 관심을 갖고 바라보기 때문에 상대에게 불편한 것은 없는지 힘든 것은 없는지 금방 알아차리고 해결해 줄 수 있다. 아이를 기르는 것과 늙은 부모를 봉양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의(義)는 양(羊)을 칼(伐)로 분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을 잡아 제사를 올린 뒤에 그 양을 칼로 조각내어 제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어떻게 나눠줘야 하는가. 인(仁)의 정신으로 나눠줘야 한다.
친한 사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과 약한 사람에게는 더 얹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인의(仁義)이며 이것을 의리(義理)라고 말한다.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君臣)은 친한 사람을 챙기는 게 아니다. 의리(義理)를 지키는 사람들이 돼야 한다. 그것이 맹자가 말한 ‘군신유의(君臣有義)’의 참뜻이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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