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5 격주간 제853호>
[이 한 권의 책]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

대간(臺諫)제도와 운명 같이 한 조선

최 현 주 지도교사(시흥 서해중4-H회)

한국의 왕조는 오래 지속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고려·조선 왕조의 경우는 각각 500년을 지탱했고 신라는 무려 900년이나 지탱했다. 외국의 역사가들은 한국의 왕조가 이처럼 긴 역사를 유지해왔음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중국 역사에서 조차도 500년 이상 유지된 왕조를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조선 왕조가 500년이나 유지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는 그 비결을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조선의 남달랐던 노력에서 찾고 있다. 조선은 양반관료제 국가였다. 왕조국가에서 권력은 왕으로부터 나왔으나 왕의 일방적인 독주는 관료들에 의해 견제되었다. 왕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할 수 없을 때, 왕권 자체도 부패의 길을 걸었다.
그렇다고 해서 왕권이 무력화되어서도 안되었다. 왕권이 무력화되면 신권이 비대해지고 이 또한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권과 신권이 균형을 이루는 것은 국가의 성쇠가 달린 사안이었다. 조선은 이러한 권력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대간(臺諫)제도를 시행하였다. 대간은 활발한 언론 활동을 통해 왕권의 전제화와 신권의 비대화를 막았던 직책을 맡은 관리를 말한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미디어매체가 없던 조선시대에 정치 전반, 풍속 전반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며 여론정치를 이끌어갔던 이들이 바로 대간이었다.
조선의 대간은 여론을 무기로 왕에게 잘못이 있다 싶으면 목숨을 걸고 직언(直言)했다. 한 번 해서 듣지 않으면 두 번 세 번이고 계속했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사직했다. 사직뿐만 아니라 파직, 귀양, 구금을 무릅쓰고 왕이 잘못을 고칠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런 요구를 말로 하기도 하고 글로 하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켜 나갔다.
조선의 왕은 대간의 이러한 언론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 황제와 같은 전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조선의 대간은 고위 정치 관료의 비리와 잘못을 거리낌 없이 탄핵했다.
이처럼 조선은 대간제도가 있었기에 국왕의 전제와 관료의 부정부패를 막음으로서 국정을 건강하게 유지해나갈 수 있었다. 실제로 조선왕조의 흥망은 대간제도와 운명을 같이 했다. 대간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때에는 태평성대를 구가했지만, 대간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부터, 조선 말기 세도정치가 시작되면서 조선 왕조는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조선 500여년의 길고 오랜 역사에서 세도정치는 고작 조선말기 60여년 정도의 정치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긴 세월 동안 조선왕조에서 그와 같은 권신은 탄생하지 않았다. 잠시 출현했다 해도 곧 축출당했다. 물론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부정 부패를 막으려 했던 조선의 노력은 대간제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간들을 조정하고 감시하기 위해 홍문관(弘文館)을 언론기관으로 삼았고, 지방관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기 위한 어사(御使)를 비밀리에 파견하여 암행어사(暗行御使)가 출현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도 언론으로서도 국왕의 전제와 관료의 부정부패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선은 사관제도(史官制度)를 도입했다.
다시금 대간이 수행했던 역할에 주목해보자. 대간은 군주에게 버림받아 죽더라도 군주를 올바른 도리로 이끌도록 간언하는 것이 진정한 충성이라 여겼다. 이들은 사대부들이 추구하는 유교적인 이념이 더욱 중요한 것임을 감추지 않고 왕에게 간쟁했다. 비록 왕이라 할지라도 여기에 어긋나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념은 자연히 왕의 절대권을 크게 제약했다. 그리고 어떤 고위관리도 대간의 치열한 탄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 최고 통수권자와 최고의 엘리트임을 자처하는 고위공직자들의 부도덕하고 부패한 행태에 분노의 촛불을 들었고 결국 그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견제하지 않은 권력은 절대 부패할 수 밖에 없음을 몸소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에게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부패한 권력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국가 운영에 맑은 물길을 열어주었던 조선시대 대간의 존재가 더욱 절실해진다. 〈이성무 지음 / 청아출판사 펴냄 /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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