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1 격주간 제848호>
[지도자 탐방] 4-H리더십으로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기 불어넣어
박 종 수 부회장 (부산광역시4-H본부 / 남산정종합사회복지관장)

박종수 부산광역시4-H본부 부회장은 4-H리더십으로 남산정종합사회복지관을 운영해 살맛나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부산 북구 남산정 언덕에 등대처럼 우뚝 서 있는 남산정종합사회복지관. 이 지역에 사는 마음 시린 사람들에게 따뜻한 불빛을 비취는 곳이다. 하루 내방객이 500명을 넘는다. 복지관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화합하고 소통한다. 자원봉사자가 줄을 잇고 자발적인 후원자들이 늘고 있다. 이 복지관의 우수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박종수 부산광역시4-H본부 부회장(59)을 찾았다. 그는 4-H회원 출신으로 현재 남산정종합사회복지관장을 맡고 있다.
“이제 퍼주는 복지는 지양해야 합니다. 주민 스스로 자립심과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 복지의 본질입니다.” 지난해 3월 박 부회장이 관장에 취임하면서 복지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전에는 길거리에 술병이 나뒹굴고 취해서 쓰러져 자는 사람들이 있던 동네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나서서 꽃길을 가꾸는 등 청결한 마을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박 부회장은 취임 후 ‘주민참여 복지프로그램’을 펼쳤다. 컨테이너 창고에 10개 남짓한 소쿠리를 두고 주민들과 함께 콩나물을 기른 것이다. 주민들은 이곳을 ‘콩나물농장’이라 부르며 앞 다퉈 물을 주고 가꿨다. 농장이랄 것도 못되는 이곳에서 이웃들은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 자란 콩나물은 300봉지 정도가 된다. 어떤 사람은 봉지 당 1000원을, 어떤 사람은 500원을 낸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공짜로 배달해준다. 이 사소해 보이는 프로그램이 주민들을 하나로 이어줬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12월 8일 ‘굳게 닫힌 이웃집 대문 열어젖힌 콩나물의 기적’이란 제목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콩나물에 이어 지금은 느타리버섯을 기르고 있다. 주민들은 너무 맛이 있다고 서로 먼저 가져가려고 한다. 공동으로 기른 버섯을 맛보는 것도 좋지만 오가면서 버섯이 크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 부회장은 내년에는 벌꿀을 기를 생각도 하고 있다. 복지관 근처에 아카시아나무가 많기 때문이란다. 그는 도시민들의 마음 밭을 일구는 ‘도심속농장’을 꿈꾼다.
“과거에는 피해의식이 많은 주민들이 복지관에 와서 떼를 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3월부터는 영화 상영도 계획하고 있는 그는 주민들의 정신문화 함양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 결과 부산광역시 53개 복지관에 대한 평가에서 꼴찌만 하던 이 복지관이 박 부회장이 관장으로 취임한 첫해에 3등을 차지했다.
이러한 박 부회장의 개혁적이면서도 따뜻한 리더십은 4-H활동을 하면서 길러진 것이다. 그는 열세살 때 경북 청도군 강남면 약진4-H회에 입회했다. 1983년에 청도군4-H연합회장, 1984년에 경북4-H연합회 오락부장으로 활동했다. 4-H여회원과 사랑을 키워 결혼해 ‘8-H가정’을 이뤘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 땅이 없어 고향을 떠나 대구를 거쳐 부산에 자리를 잡았다. 의료기사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어렸을 때부터 4-H봉사가 몸에 밴 그는 부산의 불교학교 최고위과정을 졸업하고 교무처장을 맡기도 했다. 부산불교봉사연합 봉사본부장으로 사회봉사에 적극 나섰다. 장애인 휠체어보내기운동본부장으로 매년 전동휠체어 100대, 일반휠체어 200대를 지원했다.
지난 1991년 부산광역시4-H연맹이 발족되면서 각 지역에서 4-H활동을 하다가 부산에 거주하는 4-H동지들이 모였다. 이때 박 부회장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연맹 사무실을 내어주었다.
“제가 이만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건 모두 4-H활동을 하며 체득한 4-H정신 덕분입니다. 4-H이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더욱 힘쓰겠습니다.” 박 부회장은 지역본부 4-H지도자들이 복지관의 운영을 맡는다면 전국적으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두현 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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