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1 격주간 제838호>
[시 론] 4-H는 오늘날 나를 있게 해준 삶의 지표

"4-H회원들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영 수 (충청남도농업기술원장)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시골의 논에는 누렇게 익은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저렇게 벼가 고개를 숙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농업인의 땀과 노력이 더해졌을지 생각해 보면 농촌과 농업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힘겨운 농촌의 한켠에서 크나큰 역할을 하고 있는 4-H인들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필자는 4-H회원 출신이다. 4-H를 처음 접한 건 중학생 때인데, 당시 금산군농촌지도소 4-H담당 선생님이 20여명의 마을 청소년을 모아 금산읍 양지리의 와정4-H회를 조직하고 활동을 지도해 주었다. 당시 4-H담당 선생님께서 지·덕·노·체 4-H이념을 소개해 주셨는데 얼마나 멋있던지 가슴에 크게 와 닿았었다.
대학시절에는 대학4-H연구회를 조직해 활동하고, 야학을 만들어 어려운 청소년들의 학 습을 지도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1983년 3월 고향인 금산군농촌지도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2012년 충남도농업기술원장에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4-H이념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생활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4-H야말로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해준 삶의 지표가 아닌가 여겨진다. 4-H이념은 타인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4-H이념을 늘 외우고 산 것은 아니지만 몸에 배어 있는 4-H이념에 따라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는 말이 있다. ‘어디서든 스스로 주인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참됨의 근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또한 4-H이념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필자는 지금까지 내게 맡겨진 일에 불평불만하지 않고, 어려운 자리도 마다하지 않으며, 힘든 일은 먼저 자원하여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우리 충남은 4-H회원들이 현장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매년 33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학교4-H회 과제활동지원, 그리고 청년농업인4-H회원의 영농정착과 지역사회 리더 육성을 위한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 농업의 핵심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4-H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영농정착지원사업’은 2010년부터 시행해오고 있으며, 현재까지 386명을 대상으로 227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창농 초기 기반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농업인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2013년부터 4-H대학과정을 개설해 지금까지 494명을 대상으로 인성함양, 경제학, 사회학 등을 학습케 해 지역사회를 이끌어 갈 리더십을 키워줬으며, 인생설계와 사업설계, 농업회계교육 등의 강좌를 통해 농업전문경영인으로서의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
특히 올해는 충남도정 가운데 최우선 정책인‘3농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청년의 문제를 스스로 찾고, 대안을 찾아보는 협치를 위해 ‘3농혁신위원회’에 청년농업인팀을 신설하여 4-H회원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청년4-H회원들이 미래농업을 위한 창업계획서를 만들면서 30년 후 자신의 농장이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는 기회를 갖기 위해 ‘4-H창농스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년4-H회원들이 농촌에서 꿈을 키워갈 수 있게 뒷받침하고 있고, 또한 그에 부응하는 회원들이 있어 충남4-H가 여느 지역 4-H보다 더욱 활성화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충남도4-H본부에서는 후배 4-H회원들을 육성하기 위한 활동을 많이 펼치고 있으며, 아 울러 학교4-H회를 담당하고 있는 훌륭한 지도교사들이 시간을 투자해 열정과 헌신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처럼 도본부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들과 4-H지도교사협의회의 순수한 열정과 헌신 또한 충남4-H 활성화의 토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도에서는 4-H회원을 중심으로 청년농업인들이 희망을 갖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충남농업 건설을 위해 청년들의 농촌유입 기초단계와 경영안정을 위한 창농단계, 지역농업·농촌을 리드하는 전문경영단계, 그리고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창농도전을 위해 잠재인재 확보 등 청년농업인 육성체계를 확립하고 추진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작금의 농업현실은 급속히 진행되는 기후변화, 농자재와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농업인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농업 발전을 위해 공직자들과 농업인들이 ‘할 수 있다’는 뜨거운 열정과 의지를 갖고, 지금까지 농업을 지켜왔던 역량을 잘 발휘한다면 농업·농촌·농업인들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대열에 4-H회원 출신인 나부터 앞장설 것이다.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S4-H 소감문] 2016 S4-H 미국 파견 프로그램에 다녀와서 ②
다음기사   [4-H 지도현장] 4-H활동은 곧 성공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