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5 격주간 제837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가을을 맞이하며

"모두 함께, 즐겁게
與民同樂(여민동락)
- 《맹자(孟子)》 중에서"

맹자가 양나라 혜왕을 만난 자리에서 “왕께서는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사실인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전에 몇 번이나 맹자를 만나 맹자로부터 은근한 비판을 받았던 경험이 있던 양혜왕은 최대한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며 손을 흔들었다.
“아, 그게 사실은 제가 유가(儒家)에서 높게 평가하는 주나라의 고전음악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올바른 음악은 사람들을 바르게 만들어주지만 세속적인 음악은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염두에 둔 대답이었다.
혹시 맹자가 자신을 비난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하여 미리 방어막을 친 것이다. 그런데 맹자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고전음악이나 요즘의 유행음악이나 음악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왕께서 진실로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이제 이 나라가 크게 발전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독설로 유명한 맹자의 갑작스러운 덕담에 양혜왕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맹자에게 ‘음악을 즐기는 것과 나라의 발전에 무슨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맹자가 다시 질문 공세를 편다.
“혼자 음악을 즐기는 것(獨樂樂)과 다른 사람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與人樂樂) 중에 어떤 게 더 즐겁습니까?”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가 더 즐겁지요.”
“그러면 일부의 몇몇 사람들과 음악을 즐기는 것(與少樂樂)과 아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與衆樂樂) 중에는 어떤 게 더 즐겁습니까?”
“그야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요.” 문답이 끝나자 맹자가 이제까지 감추어 두었던 가슴속의 이야기를 꺼낸다.
“궁중에서 왕이 음악을 듣는 소리가 담을 넘어 멀리 울려 퍼진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때 백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우리는 배를 곯고 있는데 음악이라니! 우리 가족은 가난 때문에 모두 흩어져 이토록 슬픈 삶을 살고 있는데…’라며 얼굴을 찌푸릴까요? 아니면 ‘아, 정말 아름다운 음악이로구나. 참으로 듣기 좋다.’라며 즐거워할까요?”
양혜왕은 대답을 찾지 못하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러자 잠시 뜸을 들인 맹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평소에 모든 이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었다면(與民同樂) 백성들은 왕이 듣는 음악을 함께 즐길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왕과 함께 음악 듣기를 즐기니 왕께서는 더욱 즐거워지실 것입니다. 그러나 평소 여민동락(與民同樂)하지 않았다면 백성들은 얼굴을 찌푸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왕께서 느끼는 즐거움도 반감되겠지요. 왕께서는 어느 쪽을 선택하실 것입니까? 고전음악이든 최신 유행음악이든 상관없이, 왕께서 진실로 음악을 즐기신다면 많은 이들이 듣고 즐기는 쪽을 선택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나라의 앞날이 밝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음악소리를 듣고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들을 탓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음악을 듣는데 네가 무슨 참견이냐’고 말하는 것도 곤란하다.
가을을 맞이하며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생각해본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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