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5 격주간 제833호>
[이 한권의 책] 제주 커피 농부 이야기

창조는 습관이다

김 성 기 지도교사(김포 통진중4-H회)

요즘 교육의 화두는 진로교육이다. 진로교육의 일환으로 다양한 직업 체험 프로그램이 교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바리스타 체험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고 아울러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까지 배우는 좋은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직업 체험 프로그램이 너무 기술 습득 위주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늘 남는다. 그리고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직업 체험 프로그램도 조금 획일화되어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고민을 할 때 읽었던 책이 ‘제주 커피 농부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커피도 좋아하고,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작물을 학교에서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던 터라 시중에서 파는 커피 묘목을 학교에서 키워보고자 했던 때에 마침 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의 저자인 김영한 선생님은 ‘펭귄을 날게 하라 - 창조의 동물원, 아사히야마’를 통해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책은 일반 동물원과 달리 하늘을 나는 펭귄을 볼 수 있도록 수족관을 바꾸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원이 된 과정을 보여주는 책으로,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제주 커피 농부 이야기’ 역시 커피 이야기를 통해 발상의 전환, 창조와 혁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대기업 임원과 기업 컨설턴트 일을 그만두고 제주도에서 바닷가 옆 웨딩 스튜디오를 열었다가 한 달 만에 실패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사업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도취된 결과’로 실패 원인을 파악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카페와 차별화된 카페를 열게 된다. 이 책에는 1년 남짓 기간 동안 바리스타 자격 취득, 카페 오픈, 새로운 커피 개발, 커피 농장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데 있어, 원두가 70%, 로스팅이 20%, 드립이 10%를 좌우한다고 한다. 저자는 커피 생두가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커피의 맛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로스팅과 드립 30%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먼저 이 30%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한다. 문제는 이 30%는 어느 카페에서나 연구만 하면 가능하기 때문에 원두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으면 다른 카페와 차별화된 커피를 만들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제주커피연구소를 만든다.
여기에서 저자는 원두를 가공하는 방법을 통해 커피 맛을 차별화하는 방법을 고안해 발효 커피 제조 기술인 ‘제주 몬순’, 한라산 삼나무통에서 숙성한 ‘한라 자바’를 개발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커피가 탄생하게 된다. 다음으로 저자는 3조원이 넘는 현재 커피 시장에서 커피 국산화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발효와 숙성으로 원두를 개발하는 것은 커피 국산화의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제주도에서 커피 생두를 생산하기 위해 커피 농장주가 된다.
지금 제주 산방산 커피 농장에는 0℃에서도 견디는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커피나무가 자랄 수 없고 혹 키운다고 할지라도 경제성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저자는 선행 연구자와의 연계 및 협업,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 하는 전략으로 커피나무를 키우고 있다. 저자는 커피를 통해 창조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만이 창조가 아니라고 말한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기존과 다른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는 것,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같은 대상과 환경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도 창조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창조를 습관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꿈을 키우며, ‘약점 근시안(Defect myopia)’에서 벗어나기를 강조한다. 또한 폭넓게 학습하고, 늘 의문을 가지며, 생각과 아이디어를 융합하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이점을 찾기를 바란다. 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재미있게 일하다보면 창조도 습관이 된다고 말한다.
학교 교육에서도 단순히 학생들에게 많은 지식을 가르쳐 주기보다는, 어떻게 학생들에게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 줄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영한·강인석 지음 / 소야 펴냄 /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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