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5 격주간 제831호>
원로지도자의 4-H이야기 ‘만경(萬頃)’⑩

4-H 개량 양돈 과제, 국민 과제로 확산되다!

연포(燕浦) 강 건 주 (한국4-H본부 고문)

우리 조상들은 구석기 시대부터 돼지를 식육해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야생 멧돼지를 수렵 포획하고 비상식량으로 밧줄에 묶어(일부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 아직 볼 수 있다) 놓기도 하고, 돌담, 나무우리에 가두어 두고 새끼를 받아 기르기도 하여 점차 가축화했을 것이다.
우리 농가들의 ‘돼지 기르기’는 단군 이래 1960년대까지 반원시적이었다. 우리들은 돼지를 통상적으로 더러움과 탐욕의 대명사로 형용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이다. 귀엽고 깨끗한 놈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런고로 과거 우리 농민들은 돼지가 주고자하는 천부의 혜택을 모두 누리지 못했다.
과거 우리 농가의 돼지 기르기는 자가소비가 보편적인 동시에 궁핍한 농가생활에 대비하여 비상현금화를 위한 저축성 증식 및 잉여 음식물(음식물쓰레기)의 활용 등의 목적이 있었다.
이러한 사육 관습은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왔으며 매우 열악했다. 그런고로 생육상태가 극히 불량했다. 그러나 누구도 이와 같은 전통사육방식에 건곤일척(乾坤一擲) 개선과 선도의 지혜를 베풀어주지 않았다.
우리의 과거 농업사를 살펴보면 쌀, 양잠, 잡곡, 면화 등 농사 장려는 적극적이었으나, 축산 중에서도 ‘양돈’에 대한 정부차원의 시책은 거의 없었다. 일제시대(1930년대) 우량 돼지 품종 도입과 방역에 약간의 노력만 했을 뿐 돈사 개량, 위생 관리 등에 전혀 무관심했다.
한국4-H운동 전국 확대 초기인 1950년대부터 4-H회원들의 양돈과제활동(4-H회원 자가 사육 돼지도 포함)을 지원키 위해 UNCACK 농업홍보팀에서 발행(1952~1958년)한 ‘4-H 돼지 과제’ 지도 팸플릿이 당시 4-H회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농가에서 인기 만점이었다. 다행히 1957년 농사원 발족 후 시·군농촌지도소 개최 4-H클럽 대상 개량 양돈 과제 강습회는 중앙4-H 양돈과제 경진과 함께 전국 농촌 돼지 기르기 기술 향상에 크게 이바지했다.
6.25 동란은 전국의 돼지 수를 90% 이상 감소시켰다. 농림부는 1953년 제1차 축산진흥 5개년 계획을 수립, UNKRA(UN한국부흥단) 원조 아래 미국에서 종돈 300마리를 도입하여 번식에 전력투구했다. 또한 1955~1956년 미국 4-H가 한미재단을 통해 기증한 ‘한국4-H 지원 우정물자’와 함께 전국4-H 대상 과제활동용으로 대여한 돼지(약 2200마리)는 4-H를 비롯하여 일반 농민들에게도 점차 개량 돼지 기르기를 고취시키는 계기가 된다.
당시 전국 4-H에 대여된 종돈은 다양했다. 제일 많은 품종은 듀럭 져지(소위 빨간 돼지 혹은 4-H돼지), 뉴 햄프셔, 포랜드·차이나, 요크셔, 개량 버크셔 등이었다.
그 외 수백 마리의 1대 잡종(F1, First Filial Generation) 등 우리 양돈 사상 처음으로 여러 품종이 일시에 도입되어 약간의 혼란도 있었다.
한국4-H클럽 회원들이 과거 가장 많이 이수한 과제는 축산과제였다. 그 중에서도 등록된 양돈과제는 매년 전체 축산과제 중 50~60%를 차지했다. 1950~1965년 전국 4-H회원 가입수가 급격히 증가했다(1959년 회원수 약 20만명, 클럽수 약 6천개, 1965년 회원수 약 72만명, 클럽수 약 2만8000개. 당시 전국 농가호수는 약 251만호).
4-H회원이 농가 3호당 1명꼴로 대약진을 이루며 4-H의 전성기를 이룬 것이다. 이들의 부모가 사육하는 집돼지 한두 마리가 역시 회원들의 비등록 양돈과제로 둔갑되어 개량 돼지 기르기(특히 앤더슨의 4-H 이동식 돈사가 이 시기에 적극 장려됨)는 더욱 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동양인들에게 돼지는 큰 복(福)으로 추앙(推仰)받고 있으며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돼지꿈은 길조이다. 따라서 우리 4-H회원들과 농민들은 돼지에 대한 모든 추앙을 현실화하여 더욱 잘 사는 환경조성에 노력해야 되겠다. 우리 4-H클럽 회원들의 과제 ‘성취욕’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한국 양돈의 현대화는 바야흐로 돛을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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