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5 격주간 제636호>
읍참마속(泣斬馬謖) =>대의명분을 위해 측근을 희생시킴
이야기로 풀어보는 한자성어


중국 삼국시대. 제갈량은 대군을 이끌고 성도(成都)를 출발했다. 곧 한중(漢中)을 석권하고 기산(祁山)으로 진출하여 위(魏)나라 군사를 크게 무찔렀다. 그러자 조조(曹操)가 급파한 위나라의 명장 사마의(司馬懿)가 20만 대군으로 제갈량의 군대와 맞서 대치한다. 제갈량은 군량의 수송로인 가정(街亭)의 수비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그것을 맡길 장수가 없어 고민한다.
이때 마속(馬謖)이 그 중책을 자원하고 나섰다. 그는 평소 제갈량이 아끼는 재기 발랄한 장수였다. 그러나 늙고 머리좋은 사마의와 대결하기에는 아직 어렸다. 그래서 제갈량이 주저하자 마속은 거듭 간청했다.
“다년간 병략(兵略)을 익혔는데 어찌 가정 하나 지켜 내지 못하겠습니까? 만약 패하면 저는 물론 일가권속(一家眷屬)까지 참형을 당해도 결코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나오자 제갈량은 그를 믿기로 한다.
“좋다. 그러나 군율(軍律)에는 두 말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가정에 도착한 마속. 삼면이 절벽을 이룬 산이었던 가정을 제갈량은 산기슭의 도로를 사수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마속은 적을 유인하여 역공할 생각으로 산 위에 진을 쳤다. 사마의는 이에 산으로 올라가지 않고 산기슭을 포위해 식수를 끊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마속은 전병력으로 포위망을 돌파하려 했으나 상대 장수인 장합에게 패하고 만다.
이 패배로 군사를 후퇴시킨 제갈량은 마속에게 중책을 맡겼던 것을 크게 후회했다. 군율을 어긴 그를 참형에 처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마속이 처형되는 날이 왔다. 주위에서는 ‘마속 같은 유능한 장수를 잃는 것은 나라의 손실’이라고 설득했으나 제갈량은 듣지 않았다.
“마속은 정말 아까운 장수요. 하지만 사사로운 정에 끌리어 군율을 저버리는 것은 마속이 지은 죄보다 더 큰 죄가 되오. 아끼는 사람일수록 가차 없이 처단하여 대의(大義)를 바로잡지 않으면 나라의 기강은 무너지는 법이오.”
마속이 형장으로 끌려가자 제갈량은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울었다고 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기인한 읍참마속은 ‘눈물을 흘리며 마속을 베었다’는 뜻으로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끼는 신하를 벌로 처벌하는 것을 말하며, 오늘날 대의명분을 위해서 자기 측근을 희생시키는 상황에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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