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01 격주간 제645호>
<영농현장> 꿋꿋이 농업인의 길 걷고 있는 신세대 4-H인

정민교 회원(인천광역시 강화군4-H연합회)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 속에 찾은 인천광역시 양도면 삼흥리. 우리 민족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강화의 산과 들이 편안하게 맞아주는 가운데 ‘버섯아일랜드’라는 이정표를 끼고 돌아서면 400여 평의 커다란 버섯농장이 눈에 띈다.
그곳에서 만난 정민교 회원(25세)은 작업복 차림으로 느타리버섯 배지작업을 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취재차 왔다는 말에도,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도 묵묵히 하던 일을 마치고서야 내미는 듬직한 그의 손을 잡으며 우리 농촌과 농업을 지키는 4-H회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신세대 영농인

정 회원의 버섯아일랜드는 느타리버섯을 생산하는 농장으로 7개의 재배사에서 6천여 병의 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버섯은 서울과 인천 등 인근 도시소비자들의 먹거리가 되고 있다. 또 버섯 생산뿐만 아니라 농가에 배지를 분양하고 있기도 하다. 이 농장의 배지와 버섯 생산의 모든 과정은 정 회원이 맡고 있고 판매를 비롯한 전체적인 경영은 부친인 정연수 강화군느타리버섯연구회장이 하고 있다.
이 버섯아일랜드는 유치원과 초·중·고교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버섯 생산과정을 둘러보고 버섯으로 만든 떡볶이와 튀김 등 각종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지난 한해만 해도 1천600명이 이 농장을 찾았다고 한다. 버섯 체험농장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특히 높은데, 자녀들이 이곳에서 체험을 하고 나면 버섯요리를 잘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만큼 농장의 기반을 닦아놓은 것은 부친 정연수 씨. 2남1녀 가운데 장남인 정 회원은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한국농업전문학교 특작과에 들어가 전문교육을 받고 2005년도에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아직은 배우는 단계입니다. 부모님 농장에서 일하는 월급쟁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겸손하게 말하는 정 회원이지만 사실 이 농장의 생산부문은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맡아 하고 있다. 부친의 차세대 농업인훈련(?) 또한 혹독하다고 한다. 잠시도 쉴 새 없이 많은 일들을 만들어 내지만 정 회원은 불평없이 묵묵히 소화해 내고 있다. 조립식 판넬로 건축된 재배사도 부친과 정 회원이 직접 지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느타리 배지와 버섯을 생산하는 일뿐만 아니라 전기와 기계 등 관련된 일들을 모두 직접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훈련 덕분에 친구네 일을 도우러 가면 ‘일 잘한다’고 칭찬을 듣는다고 한다. “월급이 얼마나 되는냐”는 질문에 “한 100여만 원밖에 안 된다”는 대답에서도 근검절약하는 그의 생활태도를 엿볼 수 있다.
앞으로 자신의 영농계획에 대해서는 버섯 종균사업이나 유통사업, 그리고 체험학습장 운영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전문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지금은 부친이 확장시켜 놓은 이 농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한다.

사진동호회 가입 취미활동 즐겨

이렇듯 열심히 일하면서 차세대 전문농업인의 길을 가고 있는 정 회원이지만 그도 도시청년과 똑같은 젊은이다. 공휴일이 없는 농업이지만 취미생활로 자동차동호회와 사진동호회에 가입해 시간이 나는 대로 취미생활을 즐긴다. 정 회원은 여가를 즐길 시간을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도시청년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이런 취미생활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찾고 신세대 농업인의 생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 회원이 영농인의 길을 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4-H활동이다. 지난 2005년도에 한농전을 졸업하고 강화군4-H연합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같은 길을 가는 회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하면서 돈독한 정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버섯 체험장으로도 운영하는 정회원의 버섯사(왼쪽) 강화군농업기술센터 우주헌 지도사와 함께.>
“먼저 4-H활동을 해온 형들과 어울리는 것이 참 좋습니다. 중고교시절 친구들은 일하는 분야가 달라서인지 멀어지는 느낌인데 4-H회에서 만난 동료들과는 쉽게 마음이 통하고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는 4-H회원으로서도 아직은 초보라고 스스로 밝힌다. 안타까운 것은 강화군에 영농회원들이 많지 않다는 것. 그래도 이들은 야영교육이나 경진대회 등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학생회원들의 활동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겠다”는 그는 “선배들이 활동하는데 적극 따르면서 4-H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한다. 만으로는 아직도 23세밖에 안 되는 나이이기에 앞으로 29세까지 4-H활동을 할 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차근차근 활동을 해나가면서 경력도 쌓고 직책도 맡다보면 4-H에 대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산과 들이 휴식을 갖고 있는 한겨울에도 우리에게 믿을 수 있는 양식을 제공하고 있는 정민교 회원. 그는 급변하는 농업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화군 영농4-H회원들과 함께 4-H활동을 통해 새로운 농촌문화를 만들어 가며 신세대 농업인의 길을 꿋꿋하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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