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01 격주간 제645호>
<4-H인을 찾아> 이제 과거의 추억, 묵은 향수에서 벗어나야 할 때

문덕주 회장(전남 장흥군4-H동문회)

<4-H이념의 가치와 철학은 농촌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문덕주 회장.>
“더 이상 농촌에만 머물러 있는 4-H이념이어서는 안 됩니다. 4-H운동이 농촌을 기반으로 시작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4-H이념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와 철학에 의미를 두고 이를 더욱 깊이 있게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반나절을 버스 안에서 보내고 나서 만난 전남 장흥군4-H동문회 문덕주 회장(58·관산읍 옥당리). 과거의 추억과 향수에만 젖어 있는 4-H에서 한 단계 올라서야 할 때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장흥군4-H동문회의 태동은 이론과는 전혀 맞지 않게 이뤄지는 농업협동조합의 운영행태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됐다. 관 주도의 방만한 운영으로 부실화를 일삼는 조합운영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낀 문 회장은 시·군4-H연합회장 17명과 뜻을 모아 영국·미국 등 조합원이 주인이 되어 이끌어가는 선진국 형태의 소비자조합을 만들기로 하고 이를 모태로 1975년 관산읍4-H동문회를 조직했다. 여기엔 4-H이념을 실생활에 접목해보자는 실험정신도 한몫을 담당했다. 이후 시골 장터에 점포를 개설해 농산물 공동 판매, 농자재 공동 구입 등 활발한 사업을 전개했다. 이듬해에는 100여명의 회원들이 뜻을 합쳐 장흥군4-H동문회를 조직했고, 현재 17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흥군4-H운동 50주년 기념탑 건립

지역 자생조직으로서 30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장흥군4-H동문회에서는 매년 읍·면 지역을 순회하며 1박2일 일정으로 하계수련대회를 개최하고 친목을 도모한다. 뿐만 아니라 야영교육 때에는 회원들의 편의를 위해 각종 교육 물품을 지원하고, 회원교육이 있을 때면 후배들에게 4-H정신을 심어주는 특강을 열기도 한다.
지난해는 장흥군4-H활동을 거쳐 간 5000여 4-H인의 오랜 숙원인 기념탑 건립이 있었다.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건강에 이상이 생겨 위원장으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다하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아직도 남는다고 한다. 동문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십시일반으로 모은 2천여만원의 성금으로 작년 12월 장흥군4-H운동 5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탑이 세워졌다.
“지역주민들이 저 기념탑을 보면서 마음 속에서 잊혀져간 4-H정신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번 기념탑 건립은 지역사회에 4-H의 위상을 바로세우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학생4-H활성화에도 관심

<장흥군4-H운동 50주년 기념탑 앞에서.(왼쪽은 제해신 계장>
4-H이념이 농사짓는 사람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그의 말은 학생4-H에 대한 관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학생4-H회원의 양적 증가와 질적 성장은 영농4-H회원의 절대적 감소에 따른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시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을 배출해내기 위해서 꼭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학교4-H지도교사들과 대화의 시간이 부족했지만, 차츰 교류의 물꼬를 터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찍이 영농의 기계화에 눈을 뜬 그는 1980년대 동문회원을 주축으로 새마을청소년기계화영농단을 조직, 단장을 역임하였다. 당시만 해도 인력이 풍부하고 영농기계화가 생소한 시대라 초창기엔 농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주민들을 회관 사랑방에 모아놓고 환등기로 기계화 영농과정을 보여주며 설득한 끝에 30ha 이앙작업을 위탁 맡았을 때에는 감격에 젖었다고 한다.
문 회장은 어려운 주변 환경과 여건을 뚫고 나가기 위한 돌파구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고 있었다. 즉, 외부의 물질적 지원이나 행정적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4-H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돌이켜보고 재무장함으로써 스스로의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그는 믿었다. 또한 후배들을 위해 따끔한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선배들의 지원만 바랄 것이 아니라 4-H이념의 가치와 궁극적인 목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기본에 충실하면 더 이상 과거의 향수에만 젖어 정체된 4-H의 모습은 앞으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지도사

제 해 신 계장 전남 장흥군농업기술센터
“문 회장님은 지금까지 오직 4-H인생을 걸어온 분입니다. 과거 4-H회원으로 활동할 때에는 과제 기록왕으로, 현재는 4-H의 참뜻을 널리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장흥군4-H동문회 창립멤버이기도 한 문 회장은 후배회원들의 행사에 거르지 않고 참석하여 경험담을 들려주며 지금껏 선배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제해신 계장은 말한다. 또한 장흥군4-H인들의 자랑인 기념탑 건립 과정에 솔선수범하여 건립기금을 출연하는 등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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