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01 격주간 제645호>
< Cinema & Video > 전쟁 속에 꽃핀 소녀의 환타지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판의 미로’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환타지 영화의 맥을 잇는 것처럼 출현했다. 영화는 그런 환타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지만 극장을 나오는 순간 손가락 다섯 개를 모두 치켜들고 싶었다. 영화는 커다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환타지가 아니라 전쟁 속에서 부모를 잃은 한 소녀의 환상이다. 오필리아가 자신이 요정 나라의 공주일지도 모르는 환상 속에서 전쟁의 고통을 이겨내는 이야기다.
꿈 많은 소녀, 오필리아는 전쟁 중에 만삭인 엄마와 함께 군인인 새아버지의 부대 저택으로 이사를 온다. 하지만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냉혹한 새아버지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때 신비한 숲에서 사마귀 요정이 나타난다.
요정을 따라 간 미로에서 오필리아는 판이라는 기이한 요정을 만나게 된다. 판은 오필리아에게 그녀가 지하왕국의 공주였으나 인간세계로 나왔다 돌아가지 못하고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다시 공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 임무를 준다.
오필리아는 판이 준 세 가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임신한 오필리아의 엄마가 아이를 낳다가 결국 죽고 만다. 하지만 군인인 아버지는 엄마의 죽음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사내아이를 얻은 사실에 한없이 기뻐하기만 할 뿐이다.
결국 그 오필리아에게 판은 순수한 피를 가진 엄마의 아이를 가지고 오면 요정왕국의 문을 열어주겠다고 유혹을 한다. 오필리아는 새로 태어난 동생을 데리고 판에게 간다. 하지만 판은 아이를 죽여 그 순수한 피로 요정 왕국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오필리아는 차마 동생을 죽일 수 없어 주저하게 된다.
그때 자신의 아이를 찾아온 아버지가 오필리아에게 총을 쏘게 되고 오필리아의 피가 흘러내려 요정왕국의 문이 열리게 된다. 요정왕국으로 간 오필리아는 요정왕국에서 엄마와 왕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슬픔은 바로 이 모든 요정왕국에 대한 이야기가 오필리아의 환상임을 보여주며 끝난다. 오필리아는 요정왕국에 자신이 내려가 있다고 잠시 환상을 느낀 후 눈을 감으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가 보여줬던 환타지 한 세상은 전쟁 속에서 고통 받은 한 소녀의 탈출구로 차갑게 끝난다.
전쟁은 모든 사람을 참혹하게 만든다. 참혹함은 요정과 아름다운 세상을 믿는 한 소녀의 영혼을 외면한다. 전쟁의 차가움이 빼앗아 가버린 소녀의 꿈은 나이가 들어가며 우리가 잃어버린 꿈 같았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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