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15 격주간 제644호>
<영농현장> 어려운 농업 현실, ‘4-H정신으로 해결한다’

김 성 제 회원(전 경기도4-H연합회 부회장)

‘경기도 고양시’하면 먼저 ‘아! 신도시’라는 생각이 공식처럼 떠오른다. 대표적인 신도시 가운데 하나인 일산신도시와 자유로 사이에 위치한 경기도 일산서구 법곳동. 그곳에서 4-H정신으로 꿋꿋하게 영농현장을 지키고 있는 김성제 회원을 만났다. 작업복 차림으로 농장을 정리하는 김 회원의 모습에서 추운 겨울 날씨는 저만큼 비켜 있는 느낌이 들었다.
“급속히 도시화되어 가는 우리 지역에 적합한 영농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거의 100만에 가까운 소비자들을 상대로 농산물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함께 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아파트 숲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국제전시장인 킹텍스가 바로 눈앞에 놓여있는 곳에서 영농을 하는 김 회원은 도시화 속에서의 영농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김 회원은 주변의 여건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최대한 활용할 영농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도시화 속에서 고부가가치 영농 모색

지금 김 회원의 영농 주종목은 축산업. 30여 년 전부터 부친이 시작한 목장에서 함께 일하며 80여두의 비육우를 기르고 있다. 하지만 축산업은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대신 자금 회전이 느리기 때문에 토종닭과 기러기를 기르는 등 지난 5년간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왔다고 한다. 그 결과 토종닭이 1년에 5천 마리에서 5천5백여 마리가 소매로만 팔려나가 순익만 연 4천여만 원을 올렸다는 것. 이것은 신도시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질 좋은 농산물을 소비자가 직접 찾을 수 있었다고 김 회원은 판단한다.
여기서 자신을 얻은 김 회원은 올해 토종닭 사육을 크게 늘리고 전문 식당까지도 운영하려고 한다. 1차 산업인 농장경영에서부터 3차 산업인 식당운영까지 하겠다는 것. 그래서 지금까지 60여 곳의 토종닭 전문식당을 다녀봤다. 하지만 이들 식당에서 쓰이는 토종닭은 일반 시장에서 판매되는 닭으로 김 회원이 생산하는 토종닭에 품질이 크게 떨어졌다. 따라서 김 회원은 음식물 발효사료를 직접 만들어 사육하기 때문에 가격면에서나 품질면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토종닭 전문음식점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농에 대한 애정이 깊고 농업도 어엿한 전문직이라는 김 회원도 처음부터 농업에 종사할 생각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주말이면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을 거들었습니다. 그런데 농사라는 것이 놀러갈 시간도 없고 힘들게 여겨져 안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김 회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차 관련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1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부친이 연암대학 원서를 가져와 축산과에 입학할 것을 권유했다. 이때가 1998년이었다. 그래서 친구들보다 1년 늦게 대학생활을 하면서 1학년 때는 이 길을 계속 갈 것인지 방황도 했지만 2학년에 들어서면서 축산학부 학부장을 맡고 열심히 전공에 몰두하며 영농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4-H와 농업인의 길 꿋꿋이 가겠다”

<농기계를 이용해 농장을 정리하는 김성제 회원(좌). 고양시기술센터 신형기 지도자와 함께>
특히 대학에서 동갑내기 이현화 씨를 만나 지난 2004년에 결혼식을 올리고 소중한 가정을 꾸리는 행운도 누렸다. 그래서 김 회원은 부친이 내민 한 장의 대학 원서를 참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또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또 졸업과 동시에 지난 2000년 고양시4-H연합회에 가입해 활동을 하면서 총무, 부회장, 감사, 회장 그리고 경기도연합회 부회장을 거치며 4-H이념을 몸으로 체득하게 되었다.
고양시4-H연합회 20명의 회원들은 각자 영농에 바쁜 가운데서도 5만평의 과제포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배추 2만5000 포기를 비롯해 갓, 무 등을 재배해 연합회 기금으로 조성할 뿐만 아니라 불우시설에 나눠주고 있다. 이런 회원들의 열성 덕분에 시의 4-H예산이 9천여만원에서 김 회원이 회장으로 있던 2년 동안 1억5000만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처음 4-H회에 가입해 남들 앞에서 하는 3분 스피치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4-H활동을 통해 사회성이 길러지고 지도력이 생기는 등 제 자신의 능력이 많이 계발이 됐다고 여겨집니다.”
이렇게 말하는 김 회장은 지난해 치러진 경기도4-H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3천여 명의 4-H인과 관련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4-H활동 촉진 및 4-H운동 재도약을 위한 결의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김 회원은 4-H활동을 통해 많은 동료들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으로 꼽는다. 4-H를 하면서 인맥이 두터워졌다는 것. 주정민, 서일호, 주승균 회장 등 중앙연합회장 출신들과 임용민 회장 당선자, 전영석, 이봉규 도회장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좋은 동지들과의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회원에게도 아픈 추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경기도4-H연합회장에 출마했다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 이에 대해서도 김 회원은 담담하게 자신의 부족한 탓으로 돌렸다. 자만심이 결정적인 패인이라는 교훈도 터득했다고 했다. “당선된 도연합회장이 4-H의 본래 목적과 순수성을 지켜가면서 경기도4-H를 발전시켜 줄 것”을 부탁하고 “4-H와 농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적극 돕겠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점점 더 어려워져 가는 우리 농업의 현실 속에서 그래도 4-H가 있고 김 회원처럼 든든한 영농회원들이 있어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4-H 60주년의 해, 재도약 위한 사업계획 수립
다음기사   지방 농촌진흥기관 활성화 중점두고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