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15 격주간 제644호>
< Cinema&Video >일곱살 마음으로 본 스무살 사랑

허    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일곱살 꼬마나 일흔살 할머니나 다 같은 것 아닐까? 사랑은 그 자체로 인종과 나이와 성별을 초월하는 듯싶다. 두근두근 콩닥콩닥 뛰는 심장의 설렘은 모든 이에게 평등한 일이다.
영화 ‘허브’는 일곱살의 마음을 가진 스무살 청춘의 사랑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유별난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사람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똑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스무살 차상은(강혜정)은 이쁘고 착하고 종이 접기에 비상한 재주도 있다. 게다가 누구보다 절친한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영원히 일곱 살의 지능, 바로 정신 지체 3급이다. 동화 속 공주를 꿈꾸는 상은은 어느 날 왕자님 종범(정경호)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난생 처음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을 느낀다. 종범 역시 그녀가 정신 지체아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마냥 상은이 좋기만 하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꽃피려고 할 무렵 종범은 상은의 비밀 알게 되고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상은은 이별이라는 것을 겪기엔 너무 여린 나이였기에 순수한 마음으로 종범에게 다가간다. 그런 상은 때문에 마음을 바로 잡은 종범, 다시 그들의 사랑은 꽃을 피우려는 듯 자리를 잡고 있을 때, 상은의 어머니가 위암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사랑을 이루기에도 어머니를 떠나보내기에도 너무나 어리고 여린 상은은 점점 현실을 받아들이고 성장해 나간다.
정신 지체 장애우의 이야기라는 점만 보면 ‘말아톤’이라는 영화가 금세 떠오른다. 하지만 ‘허브’는 ‘말아톤’과는 다르다. ‘말아톤’이 어머니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간다면 ‘허브’는 일곱 살 마음의 딸 상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말아톤’은 윤초원의 성장과 아이를 키워가는 어머니에 입장에 초점이 맞춰진데 반해, ‘허브’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일곱 살 마음으로 세상과 사랑을 보여준다.
장애우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보고 있는 관점은 새로웠지만 그 관점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 환타지적으로만 전개되어 가는 부분이 주는 아쉬움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끝은 첫 사랑의 설렘과 어머니의 이별을 넘어서 세상에 홀로 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의 당당함을 보여준다. 영화 전반에 흘렀던 슬픔과 웃음을 따뜻함으로 변화시키는 매력이 있다. 꽃은 없지만 꽃보다 더 진한 향기를 내는 허브처럼.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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