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5 격주간 제642호>
<지도현장> 빛바랜 4-H표지석

이 연 희 지도사

밖이 훤하다. 새벽산보에 안성마춤이었다. 서늘한 공기를 폐부로 깊이 들이마시며 산보를 시작한다. 쓰렸던 속도 점차 좋아지는 듯 하며 상쾌함이 머리를 맑게 만든다.
쾌적한 이곳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개발의 열풍에 휩싸일 예정이다.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가 자연을 보존하는데 많은 기여를 해 왔는데도 서민주택 마련이라는 구실로 마구잡이식 미니 신도시 개발계획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으니 우리 농촌은 과연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잘 정비된 길을 빗겨나 좌우에 은행나무가 즐비하여 터널을 이루고 있는 농로를 걸어갔다. 길가 모퉁이에 사라져가는 농촌을 대변하듯 빛바랜 4-H 표지석이 서 있다. 그 표지석(標識石)이 곧 사라질 여명의 눈동자처럼 왜 그렇게 초라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제서야 내가 4-H를 담당하는 농촌지도사임을 깨달았다. 그동안 피동적으로 움직였던 내 마음에 4-H에 대한 열정이 살아나고 있음을 느꼈다. 1년 2개월 전의 일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을 지방에서 보냈지만, 환경은 농촌이 아니었기에 농업·농촌을 잘 몰랐다. 처음 농촌지도사로 공직에 발돋움 할 때 4-H라는 업무는 비교적 외향적이지 못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적잖은 부담으로 생각했었다. 수많은 행사들을 치루며 선생님들, 회원들과 부대끼면서 어느새 4-H에 대한 내 맘이 애정으로 가득하단 것을 알고 스스로 놀란 기억이 있다.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는 바로‘인적자원 육성’이라는 믿음이 내게도 생긴 것이다.
4-H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 후 4-H담당자로서 내가 꼭 해야만 될 일을 생각해보았다. 학교4-H회가 많이 조직되어 있음에도 지도교사협의회가 없어 학교4-H회가 지속적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함이 안타까웠다. 그리하여 학교4-H지도교사협의회를 창립시키는 한편 영농회원 늘리기 작전에 돌입했다. 그 결과 학교4-H지도교사협의회는 올해 4회의 만남을 갖는 등 한 식구처럼 지내게 되었고, 숨은 영농회원도 17명이나 발굴하여 영농4-H 월례회를 매달 개최하고 있다. 농업인구 4.5%에 불과한 남양주시의 특성상 상당한 성과라고 스스로 기뻐하며 4-H를 위하는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남양주시는 어느 시·군보다도 학생회원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무엇보다도 4-H 젊은 학생회원들이 농업농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건전한 성인이 된다면 그보다 보람찬 일은 없을 것이다. 산업사회, 정보화사회에 접어들면서 감소하는 농업인구, 줄어드는 농지, 사라져가는 농촌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들 젊은 4-H회원들이 있다면 농업농촌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농업농촌을 선도해 나갈 우리 4-H인들! 진정 농촌을 지키고자 하는 열정이 살아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희망과 번영으로 가득 찰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시절 마을 어귀마다 서있던 4-H표지석들, 지금은 사라진 그 표지석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농업인, 지도기관, 유관기관들의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경기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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