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5 격주간 제642호>
<4-H교사 이·야·기> 인생을 배워가는 회현중 4-H 꽃송이들

조 상 우

지난해 회현중학교4-H회를 다시 조직하여 활동을 시작하면서 참여하는 아이들이 내게는 모두 꽃송이로 보이기 시작했다. 4-H 관련 활동에 참여하면서 순수하고 맑은 눈동자를 빛내면서 화사한 미소를 보이는 아이들은 정말 하나하나가 예쁜 꽃송이라고 할 만 하다.
우리 회현중학교는 전교생 87명 규모의 소규모 농촌 학교이다. 깨끗한 자연 환경 속에 위치한 농촌 지역 사회의 특성상 아이들의 인성이 바르고 예절도 깍듯하다. 꽃과 농작물을 정성으로 가꾸어 생명의 소중함과 어른들의 노고를 깨닫고, 어려운 이웃과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4-H활동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라고 하겠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지금에 와서 올 한 해의 우리 4-H꽃송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마치 TV 속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한 편에 쏙 빠져들었던 것처럼 행복이 담뿍 묻어나며, 여러 장면들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군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받은 꽃잔디와 베고니아를 심으면서 실수로 베고니아 한 송이를 밟아 버렸다고 미안해하던 아이의 눈빛, 당번을 정해서 물을 주기로 했다면서 방학에도 일부러 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나와 메마른 땅을 향해 호수 끝을 눌러 잡고 물을 뿌리며 웃던 아이의 새하얀 치아, 수확한 고추와 가지를 집에 가져가라고 했더니 ‘우리 집에서도 이것 키워서 필요 없어요. 선생님 가져다가 많이 드세요’ 라고 내 차 앞에까지 갖다 놓던 아이의 따듯했던 손길. 이들 4-H꽃송이들을 보면서 이들이 비록 십 사오 년 정도밖엔 살지 않았지만 인생의 아름다움을 알기에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학교에서 2.5km가 떨어진 치매노인 수용시설인 대한수양관에 봉사활동을 가서 겨울에 쓰일 땔감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폐목들을 정리하던 3학년 남학생이 든든해 보이기만 했다. 큰 물통에 치매 노인들의 기저귀를 넣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들어가 밟으면서 수다를 떨던 여학생들의 깔깔대던 정겨운 웃음, 노인들을 모아 놓고 신명나는 사물놀이 한 마당을 펼쳐 어른들의 어깨를 저절로 들썩이게 만들었던 사물놀이반 아이들의 흥겨웠던 춤사위.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록 넉넉할 만큼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속의 재산을 마련하기에도 이미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올해는 과제학습시범학교로 선정되어 풍물을 이용한 봉사활동을 추진했으며, 이와 관련해 지난달 열린 제1회 전국 학생4-H과제발표대회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 더욱더 의미가 컸다.
이런 우리 4-H회원들과 함께 하고 있는 나는 정말 행운을 통째로 거머잡은 사람이다. 지금 이 같은 행운이 나에게는 물론이고 다른 여러 교사들과도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전북 군산시 회현중학교 4-H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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