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1 격주간 제641호>
<지도현장> 4-H회는 우리 농업의 미래

권 용 훈 지도사

2000년 7월, 따가운 여름햇살 사이로 농업기술센터에 첫 출근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곡성군4-H연합회 야영교육을 한다기에 퇴근 후 선배 직원들을 따라 행사장을 찾았다. 봉화식을 위해 준비해 놓은 클로버 모양의 화이어레터가 눈에 띄었다. 고향에서 어릴 적 형들을 따라가 참석했던 4-H행사가 문득 뇌리를 스치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오른손을 들고 외쳤던 것이 4-H서약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4-H와의 재회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지금은 4-H담당자가 되어 있다. 처음에는 4-H담당선생과 회원으로 구분하기에도 어색할 정도의 어린 나이라 걱정이 앞섰다. 회원들을 지도하고, 이끌어줘야 하는 내가 보기에도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회원들도 있었기에 담당자로서 저들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는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절로 생겨났었다.
4-H를 맡게 된 것이 지도사업을 접한 지 4년이나 지난 후였지만 그동안 사람들을 상대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대민업무보다는 기획 분야의 업무를 주로 맡아왔기 때문에 막연한 대민업무에 대한 왠지 모를 두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그런 느낌을 더욱 크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4-H를 담당한 후 처음 치른 행사인 군 경진대회를 준비하면서 연합회장에서부터 막내 회원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보여준 열정은 업무 담당자로서 새로운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비록 회원 수는 적지만 다른 단체들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내실 있는 내용으로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원들의 모습은 은근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검토하고, 행사를 추진하는 모습,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영리하게 일처리를 하는 모습 등은 회원들에 대한 커다란 신뢰를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회원들은 어려운 농업여건 속에서 집안일과 농사일로 바쁘고 피곤할 법도 한데 매번 계획한 행사들을 멋지게 해냈다. 특히 명절 때마다 실시하는 귀성객 맞이 봉사활동은 3일 연휴 중 하루를 반납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4-H회를 기억해주고, 고마워하는 분들이 있는 한 계속되어야 한다며 고집하는 모습이 의아해 보이기까지도 했다.
주위에서는 영농회원들을 보면 늘 ‘우리 농촌의 주역이다, 미래다’ 이런 얘기들을 한다. 또한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농업에 대한 열정은 여느 농업인보다 높다는 걸 알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기성세대, 기성 농업인들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늘 미미한 세력처럼 대우받는 상황들이 늘 아쉽기만 하고 서운하기만 하다.
하지만 적은 인원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따뜻하고, 의미 있는 사업들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우리 4-H회원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이렇듯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4-H회가 농촌지역에 있는 한 우리농업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확신하며, 4-H회원들이 느끼는 그 아쉬움과 서운함은 또 다른 농업의 힘으로 충분히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전남 곡성군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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