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1 격주간 제641호>
<영농현장> 최선의 마음으로 최고를 향해 달리는 젊은 영농인

이 도 규 부회장(충북 괴산군4-H연합회)

아무리 발버둥쳐도 성취할 수 없는 것이 있긴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듯이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일도 세상엔 많이 있다. 농사가 바로 그렇다. ‘능력이 닿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일 만큼은 반드시 이루어내자’는 신념이 정든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했던 한 젊은이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충북 괴산군4-H연합회 이도규 부회장(29·괴산군 감물면 백양리)은 농촌에서 살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도시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 바로 농촌이라며 농촌을 지키는 파수꾼을 자처한다. 잠시 도시로 나가 외도 아닌 외도를 해 보기도 했지만, ‘역시 내가 있을 곳은 농촌’임을 느꼈다는 이 부회장은 젊은 영농인들이 하나 둘씩 농촌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철저한 위생관리 필수

지난 2000년 천안연암대학 양돈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현재 돼지 25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돈사만 2400평에 달하고, 가지런히 늘어선 12동의 돈사에는 다부진 그의 체구처럼 튼실한 돼지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20여년 전 부모님이 처음 양돈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500마리였던 것이 다섯 곱절로 불어났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부모님을 도와 양돈에 뛰어들었다.
그가 기르는 돼지는 영국산 요크셔와 덴마크산 랜드레이스이다. 특히 요크셔는 성질이 온순한데다가 몸길이가 길고 육질이 좋기 때문에 랜드레이스와 더불어 대부분의 양돈 농가에서 모돈 계통으로 키우는 품종이다.
양돈 농가에서 철저한 위생관리는 필수. 자칫 소홀한 틈을 타 돈사 내로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떼죽음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돈 농가에서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외부인의 방문이다. 외부에서 진입하는 차량이나 사람은 소독기를 통해 완전 소독을 해야 출입이 허용된다. 취재 현장을 함께 찾은 괴산군농업기술센터 손용철 지도사는 “이 부회장한테 볼 일이 있어도 안에 들어가서 만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밖으로 불러내서 얘기하지요”라고 말한다. 기자 역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전신을 세척한 후에야 출입을 할 수 있었다. 방역은 일주일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몇 년 전 구제역과 콜레라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을 때 다행히 괴산 지역은 아무 피해가 없었단다.
이 부회장은 친환경 기법 도입도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돼지에게 항생 주사를 놓는 대신 새끼돼지 때 봉침을 놓을 계획이다. 항생제 대신 봉침을 놓으면 면역력이 강해질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육류를 생산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돈사 옆에 양봉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새끼는 태어나서 출하되기까지 약 180일 정도 걸리는데,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에 출하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약 115kg 가량 되는 규격돈을 일주일에 한 번꼴로 서울경기양돈조합을 통해 출하하고 있다. 1999년 국고보조를 받아 발효 시설을 갖추고 퇴비를 발효시켜 인근 과수농가에 판매하여 짭짤한 부수입도 올리고 있다.
올해 중반만 해도 산지 가격이 좋아 재미가 솔솔했는데, 최근 한미FTA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지금은 가격이 많이 폭락해 이만저만 속상한 게 아니다. 값싼 수입 쇠고기가 대량 유통되면 소비자들의 수요가 쇠고기로 몰려 돼지고기 값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철저한 위생관리에 힘을 쏟는 이도규 부회장.(오는쪽은 손용철 지도사와 함꼐)>
소중한 내 친구 ‘4-H’

대학 졸업 후 산업기능요원으로 어렴풋이 알게 된 4-H. 2000년 감물면4-H회에 가입해 4-H와 인연을 맺은 이 부회장은 4-H활동을 하면서 얻은 점이 많다. “4-H는 제게 소중한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젊은이 들끼리 친목을 다질 수도 있어서 농촌생활의 활력소가 됐다며 4-H 자랑을 늘어놓는다. 손용철 지도사는 “농촌에서 몇 안 되는 젊은이들이 모임을 갖고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의 역할을 4-H가 한다”며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친하게 지내는 회원들도 많다”고 말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흙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농촌에서도 충분히 살아볼만하다고 말하는 이 부회장. 하지만 규모가 제법 큰데도 불구하고 도시로 떠나는 회원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아마도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젊은이들이 줄어들다 보니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 같다고.
그는 조롱박으로 공예품을 제작해 지역 홍보에 앞장섰던 일이 4-H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휴경답에 조성한 공동과제포 300평에 조롱박을 재배하고 있는데, 이를 가공해 출향 인사와 기관, 단체 등에 배부하고 있다. 2004년에는 충청북도4-H대상 축산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자’는 평범해 보이는 이 문구 속에 내일의 축산전문가를 꿈꾸는 이 부회장의 성공 열쇠가 담겨 있는 듯하다.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제1회 학생4-H 과제발표대회 수상자 명단
다음기사   학교4-H회 활성화 공감대 확인한 자리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