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1 격주간 제641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나뭇잎의 희생적 생애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다. 광릉(光陵) 숲은 1468년 왕릉 숲으로 지정돼 경작을 하거나 삼림을 훼손할 수 없어서,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울창한 숲을 이뤘다. 광릉수목원으로 불리다가 1999년 5월 국립수목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118ha의 면적에 2,800여종의 동물과 목본식물 1,863종, 초본식물 1,481종, 자생식물 1000여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국립수목원(上)

<국립수목원 입구 산책로에 낙엽이 떨어져 늦가을 정취를 더해준다>
나뭇잎의 희생적인 생애는 아름답다. 봄이면 초록빛 잎새가 메마른 가슴에 희망의 싹을 틔워주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이 피톤치드의 향기를 뿜어내며 우리의 마음을 싱그럽게 해준다. 가을이면 마지막 열정을 활활 불태운 단풍이 되어 고운 자태를 뽐낸다. 낙엽이 되어 잎의 생애를 마감한 뒤에는 흙으로 산화하여 나무의 자양분이 되고, 모든 열매는 땅 속으로 몸을 숨겨 새 생명을 잉태한다.
위풍당당하게 아름다운 생애를 마감한 낙엽은 떨어지는 순간까지 세심한 배려를 한다. 잎을 통한 증산작용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떨어지기 전 잎자루에 ‘떨켜’라는 보호막(코르크층)을 만든다. 잎이 떨어진 자리에 병균이 침입하지 못하고, 나무의 수분과 양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조락(凋落)의 계절, 울창한 숲으로 우거졌던 국립수목원(경기도 포천군 소흘읍)의 나무들도 잎을 떨구며 옷을 벗는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구르몽의 시 ‘낙엽’이 절로 떠오른다. 수목원 입구 산책로에 낙엽은 쌓이고 미풍에도 하르르 소리 없이 진다. ‘낙엽의 빛깔은 정답고 쓸쓸하다’.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다. 세조(世祖)와 정희왕후(貞熹王后) 윤씨가 묻힌 광릉(光陵) 숲은 1468년 왕릉 숲으로 지정돼 경작을 하거나 삼림을 훼손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울창한 숲을 이뤘다. 특히 수리봉 일대에는 500년 이상 된 서어나무, 신갈나무 등이 잘 보존 된 학술보존림이다.
광릉의 자연림이 인공림으로 바뀌게 된 것은 1913년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이곳을 임업시험장으로 사용하면서부터다.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가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숲은 어떻게 변하고, 어떤 병충해가 발생하며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등 삼림에 관련된 실험을 해왔다. 광복 이후부터 광릉 숲은 임업연구원의 실험림으로 광릉수목원으로 불리었으나 1999년 5월 산림청 국립수목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구상나무, 뮤고소나무, 솔송나무 등이 빼곡하게 들어선 침엽수림>
광릉 숲 전체 면적은 2,240㏊. 이 가운데 국립수목원은 100ha의 전문수목원과 1,018ha의 천연수목원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총 면적은 1,118ha이다. 천연기념물인 크낙새, 오색딱따구리, 하늘다람쥐 등 2,800여종의 동물과 목본식물 1,863종, 초본식물 1,481종, 자생식물 1,000여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수목원 내 산림동물원에서는 백두산호랑이, 반달가슴곰, 수리부엉이 등을 만날 수 있지만 하루 두 차례 제한적으로 개방한다.
산책로가 끝나면 돌로 세운 ‘녹화기념탑’이 나오고 그 뒤 아담한 2층 건물이 산림박물관이다. 박물관 안에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아름다운 사계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살아있는 숲과 숲의 역사, 사람이 숲을 이용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산림과 인간. 우리나라와 세계의 삼림지도, 세계 여러 나라의 나무들이 모여 있는 세계의 임업, 한국의 임업, 한국의 자연 등을 다섯 개의 전시실에 나눠 전시하고 있다. 안내원의 해설도 감칠맛이 난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수집한 선인장과, 번앵초과, 돌나물과, 용설난과 등 150종 350여점을 전시한 ‘해외 다육식물 특별전’이 열려 발길을 잡는다. 다육식물이란 줄기나 잎에 수분을 많이 함유할 수 있도록 두꺼운 육질을 이루고 있는 식물로 사막이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관상용일 뿐만 아니라 전자파를 차단하는 기능성 식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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