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01 격주간 제639호>
<이 규 섭 의 생태기행> 꽃사슴 뛰놀고 다람쥐 숨바꼭질

‘도심의 허파’ 서울숲(下)

<생태숲에 나들이 나온 꽃사슴 한 쌍이 먹이를 찾고 있다.>

서울숲은 올록볼록한 자연형 구릉에 혼합수종을 심어 한국 산의 소박한 맛을 살려냈다. 소나무·참나무·단풍나무 등 교목(喬木) 2만2000그루와 철쭉·화살나무 등 관목(灌木) 40여만 그루, 금낭화·원추리 등 지피식물을 심었다.
길바닥은 물이 잘 스며드는 ‘마사토’로 처리했고 강변북로의 소음을 막기 위해 생태방음벽도 설치했다. 뚝섬정수장을 일부 개방해 만든 자연체험학습원은 화려한 열대식물과 박제곤충이 눈을 즐겁게 한다. 뚝섬정수장에서 정수한 한강물을 하루 4만5000t씩 폭포와 실개천, 연못으로 흘려보낸다. 연못 주위에는 화살나무, 억새, 줄풀, 창포 등이 뿌리를 내렸다. 거대한 연못인 습지생태원에는 철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하여 새들의 낙원이 될 전망이다. 망원경을 이용해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관찰대도 마련해 놓았다.

사슴과 어울리는 생태 숲

서쪽으로 곧게 뻗은 길을 따라 가면 성수대교 나들목으로 이어지는 고가도로가 나온다. 교각 밑을 통과하면 서울숲의 하이라이트인 생태숲이다. 사슴우리 조금 못미처 한 통에 1000원하는 꽃사슴먹이 자판기를 설치해놓았다. 먹이를 들고 가면 눈치 빠른 꽃사슴이 안전망 부근으로 몰려든다. 혀로 손바닥을 간질이며 먹이를 먹는 꽃사슴을 보면 어느새 꽃사슴과 인간이 하나가 된다.
사슴우리 오른쪽은 ‘바람의 언덕’. 서울숲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응봉산자락과 정상에 지은 정자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언덕에 오르니 강바람을 타고 억새가 은물결로 넘실거린다. ‘바람의 언덕’에서 한강 수변공원까지 이어지는 ‘보행전망교’도 운치가 있다. 길이560m, 너비 3m로 바닥은 목재다.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 ‘바람의 언덕’ 오솔길.>

다리 아래 8자형 연못에는 원앙과 청둥오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물을 마시러 나온 꽃사슴이 발을 담그고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참나숲에서는 다람쥐가 도토리를 찾느라 분주하고 나들이 나온 꽃사슴 한 쌍이 풀숲을 서성인다.
생태숲 조성과 함께 숲을 둘러싼 높이 2.5m의 탄력형 안전망을 설치한 뒤 고라니, 꽃사슴, 다마사슴 등 사슴류 100여마리를 풀어놓았다. 1년 새 새로 태어난 사슴만 5마리나 된다고 한다.

시민이 주도하는 공원화

4만5900평의 생태숲에는 사슴류 115마리, 다람쥐 30마리, 원앙 6마리,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각각 8마리, 쇠물닭 4마리 등 8종 170여 마리의 동물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야생동물들을 바라보며 공중을 가로지른 보행전망교를 걷다보면 한강수변공원과 서울숲선착장이 나온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생명의 숲, 시민이 만드는 참여의 숲, 누구나 함께 즐기는 기쁨의 숲’을 모토로 조성한 서울숲은 시민이 참여한 국내 최초의 공원이다. 준비 단계부터 워크숍 및 공청회 등을 통해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했다. 4만8000그루의 나무를 시민들이 직접 심어 공원 조성에 큰 몫을 했다.
생태교육, 홍보, 프로그램 개발 등 창의성을 발휘하는 소프트웨어는 ‘서울숲사랑모임’이 맡아서 하고, 시설물과 재산관리 등 하드웨어는 서울시가 하고 있다. 시민운영시스템 전환 준비가 마무리되는 2010년부터는 시민 주도로 공원을 운영한다는 것.
개장이후 평일 7만~8만명, 공휴일은 20만명의 시민들이 찾아 도심 속 자연을 만끽하고 생태계의 변화를 체험한다. 아직은 성형미인 같은 인공미가 거슬리지만 세월과 함께 생명의 공간으로서의 자연미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끝〉
 〈이규섭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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