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5 격주간 제678호>
2008년 사이버백일장 고등부 최우수상 수상작

뜨거움을 느끼세요?

신 아 름 회원 〈충남 서산 서일고등학교4-H회〉

따스한 햇살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나에게 일어나라고 속삭였다. 싱그러운 아침바람도 내게 기분 좋게 다가와 나를 부축했다. 오늘은 둘째 주 토요일이다. 쉬는 토요일에 여느 아이들 같으면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들떠있거나 지금쯤 아직까지도 자고 있을 테지만 나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 보고 싶은 할머니를 뵈러 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 지금도 할머니께서는 대청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내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계실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할머니의 손녀가 된지도 4년이 다 되어간다. 내가 할머니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한없이 철없고 이기적이었던 신아름이었다. 봉사활동의 의미는 당연히 모를뿐더러 오로지 봉사활동 시간만 채우기 바쁜 그런 신아름에 불과했다. 공부하기도 바쁜데 봉사활동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불평과 불만을 가득 싣던 나였다. 적어도 할머니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시간이나 때우자’는 마음으로 친구를 따라갔던 봉사활동이었다. 바로 ‘독거노인돕기’ 봉사활동이었다. 나는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무작정 따라나섰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무섭게 내리쬐는 햇볕에 한숨이 났다. 동시에 짜증도 나고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끝을 알 수 없는 길에도 끝은 있었다. 그 끝에는 구석진 곳에 집 한 채가 달랑 있었는데 순간, 난 할말을 잃고 멍하니 그 자리에 서버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 허름하여 노인이 혼자 살기에는 다소 위험해보이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들어가기조차도 꺼려지는 집에 들어가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이내 친구를 따라 들어가 보니 할머니 한 분이 마루에 나와 앉아계셨다. 할머니는 우리를 보자마자 불편한 걸음으로 한 걸음에 달려와 땀을 닦아주셨다.
“더운데 힘들게 뭐더러 왔노? 아이고, 이 땀 좀 봐라.”
내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꿈틀거렸다. 할머니는 이어서 우리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선풍기를 틀어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기값을 아끼느라 할머니는 선풍기를 잘 사용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 드리다보니 어느새 가야할 시간을 훌쩍 넘어버렸다. 비록 처음이었지만 아쉬운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고 발걸음을 떼야했다. 돌아갈 때, 같은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했던 후회는 커녕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비록 발은 퉁퉁 부었지만 가슴 속에 벅찬 보람과 함께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다. 그리고는 나는 다짐했다. 더 이상 할머니를 외롭게 하지 않을 거라고… 이렇게 시작했던 철없고 이기적이었던 나와 할머니와의 인연은 이제는 벌써 4년이 다 되어간다.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찼던 내 마음은 이미 할머니의 뜨거운 마음이 담긴 선풍기의 시원한 바람이 모두 날려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그 후로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토요일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처음엔 왜 몰랐을까? 할머니댁에 가는 길의 풍경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는 것을. 철새들도 날아오고 낚시터가 있는 아주 멋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댁에 가는 도중에 심심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풍경을 구경하느라 언제 도착했는지 모를 때가 많을 정도로 풍경은 멋있었다.
오늘도 나는 할머니를 만날 만반의 준비를 하고 할머니의 뜨거운 마음으로 데워질 나의 마음을 가득 안고 버스에 올라탄다.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신 할머니께 한없이 감사드릴 뿐이다. 봉사활동을 한다는 기분보다는 오히려 내가 그날그날 보람을 얻고 누군가를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조건을 하나씩 채워가는 것 같다. 나는 이제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할머니의 차가운 외로움들을 뜨거운 마음으로 감싸 안아드릴 것이다.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뜨거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 주위에는 소외받고 있는 뜨거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시는 할머니와 같은 독거노인 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렇게 항상 춥고 외로이 소외받고 있는 독거노인 분들은 우리 조그마한 뜨거움으로도 따뜻하게 데워 드릴 수가 있다.
이제 더 이상 할머니는 혼자 사시지 않는다. 더 이상 독거노인이 아닌 것이다. 항상 같이 있어드리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항상 할머니와 함께 할 것이다. 할머니는 나의 할머니가 되고 나는 할머니의 귀여운 손녀가 되었다. 이제 뜨거운 마음으로 더욱 두터운 정을 예쁘게 가꾸어 나갈 일만 남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자신 있게 외칠 것이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창의·실용 유공공무원 대통령 표창 수상
다음기사   <4-H청소년의 달> 4-H회원이 펼친 다양한 행사 가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