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1 격주간 제669호>
농진청 폐지되면 현행 기술보급시스템 무너질 위기

농업계, 농민들의 실익과 직결되는 연구·개발·보급기능 잃는 결과 우려

대통령직 인수위는 지난 16일 2원, 18부, 4처, 18청, 10위원회, 4실로 되어 있는 정부조직을 2원, 13부, 2처, 17청, 5위원회, 4실로 축소하고 국가일반 공무원 13만722명 중 6951명을 감축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농림부의 새로운 명칭을 ‘농수산식품부’로 결정해 부처 명칭에 식품부를 넣어달라는 농업계의 요구를 반영했다. 이로써 농림부가 식품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부처로 발전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그러나 정작 식품안전 업무를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서 농림부로 가져오지 못했으며, 농촌진흥청이 폐지됨에 따라 정작 농민들의 실익과 직결되는 연구·개발 보급기능만 잃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해 농업관련단체는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고 인수위에 농진청 폐지방침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특히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와 생활개선중앙회, 한국4-H본부 등은 기자회견과 집회를 통해 “농진청 폐지는 농업·농촌·350만 농민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국가의 농업정책 방향과 연계해 연구개발하고 보급하는 정부의 기능 자체가 없어지게 되면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한 농업경쟁력 강화는 시작 전부터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1일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농어업인단체 대표 31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농민단체 대표들은 농진청의 출연연구기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 당선인은 길게 봐서 더 좋게 하겠다는 데 믿어 달라“고 답했다. 지난 25일에는 인수위 김형오 부위원장이 윤요근 농촌지도자중앙회 회장단과 농촌진흥청 엄명호 차장 등 간부들과 연석 간담회를 가졌으나 ”농촌진흥청이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탈바꿈하는 것“이라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했다.
이처럼 인수위가 농진청의 출연연구기관 전환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농업계는 WTO체제하에 농업연구 개발 및 보급은 국가에서 수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영국 등 대부분 농업선진국은 국가기관 중심의 효율적인 농업기술 개발·보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 우리와 비슷한 조건의 일본은 지난 2001년 정부출연연구기관화 하였으나 실패한 사례로 평가돼 국가로 다시 환원을 검토하고 있다.
농진청의 출연연구기관화는 수익성과 시장가치가 큰 농업연구 개발분야로 편중되고 공공적 성격의 연구는 축소·약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도 농업인들이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단기간에 성과가 도출되지 않는 기초 농업기술연구를 소흘히 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행 기술보급체계도 농촌진흥청장이 농업연구와 농촌지도를 관장하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신속하게 농가에 보급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도사업은 최신기술에 대한 이해, 농업인 훈련 등에 대한 전문능력을 보유한 전문지도사가 농업현장에서 실천하는 서비스로 일반 행정업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전문적 업무영역이다. 그러나 행정업무와 통합되었을 때 관료적이고 획일적인 지시체계로 인해 기술의 원활한 소통을 저해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장의 농업인들은 현행 농진청-도농업기술원-시군농업기술센터로 연계되는 기술보급시스템이 무너지면 피부에 와 닿는 실용적인 기술을 제대로 보급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97년 지도직의 지방직화 이후 전국 159개 시군농업기술센터 중 56개소가 행정조직과 통합되었고, 규제, 감독, 관리위주의 농정과 지도기능 통합으로 기술지도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던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농업관련 단체장들.>


<한국4-H본부와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생활개선중앙회는 지난 24일에도 기자회견을 갖고 농촌진흥청 폐지 철회를 촉구했다.>


농촌진흥청 폐지 철회를 위한 4-H인 성명서

우리 전국의 450만 4-H인들은 이번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농촌진흥청이 폐지되는데 대해 새 정부의 농업정책과 농업인을 보는 시각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우수한 농업인력을 길러내고 육성하며 기술농업실현으로 세계화에 대응하여 우리의 생명산업인 농업을 지키기 위해 농촌진흥청 폐지 발표를 당장 철회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우리는 인수위가 단순히 시장경제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다원적 기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줄 것을 요청한다. 농업의 공익부문은 결코 경제논리로 따질 수 없는 문제이며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이 산업과 첨단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우리 농토와 농민을 국가가 앞장서 지켜야 하며, 그 일은 지금처럼 농진청이 맡아서 해야 될 것이다.

농업과 농촌의 살 길은 후계인력을 비롯한 우수한 농업인에 달렸으며, 그것은 농진청과 농민의 유대를 통해 이뤄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길은 농업인들의 자주적인 노력에 의해 이뤄질 수 있으며, 정부의 농업정책도 결국은 그에 부응하는 우수한 농업인들에 의해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기에 농업기술과 정책을 농촌현장에 직접 접목시키기 위한 농진청 역할이 중요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농촌진흥청 폐지가 아니라 농업현실에 맞게 강화하여 농업과 농업인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라며, 그런 조치가 있을 때 우리는 새 정부의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국민을 잘 섬기겠다고 출범하는 정부에서 유독 농진청을 폐지하는 것은 농민은 새 정부가 섬기고자 하는 국민이 아니라고 여겨져 깊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우리는 지난해 4-H활동 지원법이 제정돼 이 운동을 전국의 청소년에게 확대해 농심을 가진 바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우리 농업과 농촌을 이해하는 올바른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나 이러한 노력 또한 물거품이 될 것을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농진청 폐지 철회 서명을 비롯해 뜻을 함께하는 국민들과 행동으로 의사를 표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금 천명하면서, 인수위와 대통령당선인이 소외된 우리 농업인들도 잘 섬겨야 할 국민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우리의 순수한 여망을 신속히 받아들여 줄 것을 강력히 건의하는 바이다.

 2008년 1월 17일
 한국4-H본부 회장 김준기, 한국4-H국제교류협회 회장 이원갑
 한국4-H지도교사협의회 회장 박정철, 한국4-H중앙연합회 회장 임용민
외 전국 4-H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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