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15 격주간 제666호>
<지도현장> 농촌의 따뜻함과 사랑 전하는 4-H

<차선혜 지도사>

기억의 뒤편에 잊혀졌던 생각들을 되새김질 하게 해준 것은 4-H업무를 맡게 되면서부터였다. 어린시절 할머니 댁 마을 어귀에서 보았던 클로버 모양의 돌비와 마을회관 2층 수많은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던 우리들의 놀이터... 지덕노체 글자가 새겨져 있던 마을 어귀의 비석은 4-H이념을 써 놓은 것이었고, 우리들의 놀이터였던 도서관은 4-H회관이었던 것이다.
매달 언니 오빠들이 모여서 무엇인가 열심히 주고받던 이야기들이 지금 와 생각해보니 월례회였다. 희망에 찬 눈빛들로 영농현장의 애로사항과 발전방향에 대해 나누었던 시간들은 지금까지 전통으로 이어져 한달에 한번은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잊지 않고 모여드는 4-H인들의 소중한 약속이 되었다.

사랑 넘치는 농촌지킴이

“농촌은 어렵다”, “농업은 사양길이다“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사람들에 맞서서 농촌을 지키고자 하는 붉은 피의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곳 여기가 바로 4-H이다. 농사가 천하의 근본임을 아는 우리 회원들은 농업을 통해 세상에 따스함을 전하고자 저마다의 작목에 피땀을 쏟아 붓는다.
연일 상승하는 기름값에 맞서서 하루에 100장씩 연탄을 갈면서도, 값싼 수입농산물에 밀리지 않고자 친환경제재를 개발해 안정농산물 생산에 밤잠을 설치면서도 농업을 지키고자 투혼을 발휘하는 4-H회원들 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회원들의 애·경사를 자신의 일처럼 돌아보고 도와주며, 자신이 더 가진 것은 덜 가진 회원에게 진심으로 나눌 줄 아는 이들의 마음이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짠하게 다가온다.
얼마 전 회의 땐 40살이 넘은 선배가 고구마를 한가득 차에 싣고 월례회를 참석해 자기 딸들을 먹이겠다며 고구마를 내려놓았다. 딸이 여기 있느냐고 놀란 토끼눈을 하고 물으니 너털웃음을 지으며 4-H여회원이 당신의 딸들이라고 싱글벙글 한다. 나이든 선배한테 전화해 고구마가 먹고 싶다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너무 예뻐서 일하다 말고 싣고 오셨단다. 가족보다 더 가족스러운… 아마 4-H회원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일 것이다.

농촌홍보대사 4-H

농업도 농촌도 생소한 어린 학생들에게 4-H는 농촌홍보대사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이행하고 있다.
쌀나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농촌에 무심했던 학생들이 전통문화 체험활동이나 농촌봉사활동을 통해서 농업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농촌을 고향으로 품을 수 있는 마음을 얻게 되었다.
고사리 손으로 고구마를 심어도 보고 캐어도 보고, 부드러운 논바닥에 발도 담가보면서 그들의 가슴속에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뭉클한 무언가가 싹트게 되었다.
억지로 농촌을 가르치는 교과서가 아닌 삶으로 농업을 느끼고 사랑하게 해주는 4-H활동들. 이런 경험을 하고 자란 아이들이 감히 농업은 사양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가슴에 농업과 농촌을 품은 우리의 4-H인들이 있는 한 우리의 농촌은 영원한 삶의 고향이며, 우리의 농업은 천하의 근본으로 그 위상을 대대에 드높이리라 생각한다.
 〈대전광역시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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