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15 격주간 제666호>
<4-H교사 이야기> 겨울비의 포근함을 느끼며

<함 미 양>

떠나가는 가을의 섭섭함 때문인지 낙엽이 유난히도 많이 날렸던 11월 23일.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는 흥겨운 사물놀이 가락과 함께 왁자지껄한 소리와 젊음의 열기로 가득 찼다. 그 이유는 일 년 동안 4-H회원들이 정성들여 만든 자료들을 농업기술센터 곳곳에 전시하는 것은 물론, 기존 경진대회의 틀을 벗어나 ‘요리경진대회’, ‘사랑의 김장’, ‘디쉬 가든’ 등 각종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더욱 뜻 깊었던 것은, 우리들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께 우리가 직접 담근 김장을 전해드릴 수 있다는 행복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번도 김장을 담아 본 적이 없는 학생들은 우왕좌왕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누는 기쁨에 저마다 함박 미소를 머금고 잘 절여진 배추에 빨갛게 버무려진 속을 넣느라 땀을 흘렸다. 김장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역시 노란 배추 속을 뜯어 양념을 얹어서 서로 먹여주는 그 맛이 아닐 런지…. 입가에 붉은 고춧가루를 묻히고도 좋다며, 제 입에 넣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한 미소로 상기되었던 회원들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근무하는 학교가 안성의 남사당 전수학교로 지정되면서, 지역의 우수한 문화를 잘 계승하고 발전시켜야한다는 임무가 나에게 주어졌다. 그 임무는 초임 교사인 나에게 조금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했지만, 지역사회와 연계된 동아리를 찾다가 결국 지역 문화계승에 앞장서고 있는 4-H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풍물놀이에 사용되는 악기 중 어디 제 한 소리로만 그 넓고 큰 세상과 욕심 가득한 인간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수 있겠는가? 춤도 어우러져야 아름답고 음식에도 궁합이 있듯이, 풍물놀이는 쇠가 앞에서 치고 나가면 장구와 북이 화합하고, 소고가 넘실넘실 춤을 추며, 12상모가 그 긴 상모를 휘휘 돌려 구경꾼의 눈을 사로잡고, 버나돌리기에 아이들은 신이 나며, 무등 놀이에 한 명, 한 명 수가 더해질 때 이목(耳目)과 마음을 모두 빼앗겨 함께 춤을 추며 어우러지게 한다. 결국 걱정도, 시름도 모두 잊은 채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되는, 이 놀이판과 같이 4-H도 지역사회와 어우러지고 인근 학교들과 화합하면서, 저마다의 다른 소리와 색깔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만들어 가고 있음을 나는 느끼고 있다.
도시에서 자란 내가 이곳 안성에 와서 4-H지도교사로 활동한 지 10년. 남사당 풍물놀이와, 사물놀이, 탈춤 등 그동안 학생들과 호흡하며 배우고 익혔던 전통예술 분야도 여러 가지이다. 배울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한 번 놀라고, 흥겨움에 두 번 놀라고, 누구나 금세 어우러질 수 있음에 세 번 놀랐던 그 기억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학생들의 얼굴들은 여러 해에 걸쳐 수없이 바뀌어 갔지만 농촌을 사랑하고 4-H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직까지 한결같다.
겨울비가 여름에 내리는 비보다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이, 편리함과 빠름의 우수성에 미치지 못하는 농촌의 파스텔 빛 아름다움에 우리는 언 마음을 녹이고, 삶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다. 이런 큰 의미를 부여해 주는 4-H이기에, 4-H인으로서 긍지를 갖고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내리는 비가 겨울 가뭄을 해갈하고 내년 농사의 밑거름이 되듯이 나는 좋은 것을 더욱 좋게 하는 4-H인이 되어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경기 안성시 두원공업고등학교4-H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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