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01 격주간 제663호>
<4-H교사 이·야·기> 2004년 4월을 잊을 수 없다

<박 미 아>

2004년 4월을 잊을 수 없다. 그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흥분된다. 내가 학생회원들과 함께 처음으로 농사를 지어 본 것이다. 4-H학생회원들과 자연친화적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우리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얻어낸 결과물은 어려운 이웃과 공유하자는 뜻을 가지고 농사를 시작하였다. 4-H는 전임 학교(2001)에서 시작하였으나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현재 학교에 부임(2004)하면서부터 재배체험을 시작했다.

첫 수확의 참기쁨

첫 작물은 감자였다. 인터넷을 통해 감자재배법을 검색하고 지역 농민들께 씨눈 자르는 법을 배운 후, 지역 유지께서 무상대여해주신 165㎡의 농장에 겁 없이 감자를 심었다. 아이들에게 잡초 뽑기의 경험도 시키겠다는 욕심으로 비닐을 씌우지 않고 두둑을 만들었다. 땅 속에 묻어 둔 작은 감자조각에 싹이 나기까지 떨리는 마음에 퇴근길에 밭을 기웃거렸다. 두어 번 다녀온 후로는 혹시나 싹이 나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조바심으로 갈 수 조차 없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린 후에야 밭으로 향할 수 있었다. 언덕을 올라 밭이 보일 듯할 무렵, 나는 숨바꼭질하듯이 고개를 살며시 조심스럽게 들어 밭을 바라보았다. 빈 들녘에서 나는 환호를 질렀다. “와! 와! 너무 예쁘다!” 아는 사람 몇 몇에게 느닷없이 전화를 걸었다, 감자 싹이 다 났다고. 마음 조이던 자식이 훌륭한 일을 해냈을 때의 대견함을 느끼는 어미의 심정이 이럴게다. 손으로 하나하나 어루만져봤다.
그러나 재배활동에서의 내 욕심이 너무 과했나보다. 풀 뽑기 체험도 아이들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비닐을 씌우지 않았던 것이 너무 큰 욕심이었다. 아이들이 학원 때문에 밭 관리를 소홀히 하게 돼 풀이 허리까지 자라서, 잘익은 벼를 수확하듯 풀을 베어냈다. 큰 수확물을 기대했던 우리는 몹시 실망했다. 감자는 아주 작았고 수확량도 기대했던 것에 1/10도 못 미쳤다.
하지만 우린 한 가지 큰 것을 깨달았다. 잡초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아이들이 주변에 대한 관리가 왜 필요한가를 알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시골길을 다니면서 농작물들이 질서 있게 재배되고, 잡초 없이 관리되고, 수시로 버팀목도 세워가며 관리되는 것을 보면서, 질서와 자기관리와 적절한 도움이 왜 필요한가하는 교육의 본의를 알게 되었다.

4-H활동의 교육효과

4-H활동에서 경험하고 있는 농작물 재배활동은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가슴 벅찬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나를 찾아주는 좋은 교육이며, 자기성찰과 더불어 목표 지향적 사고를 불러 넣어주고, 창의적사고, 먹거리에 대한 긍정적 체험의 기회가 되고 결과물을 이웃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의식을 함양할 수 있게 됐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벅차다. 4-H활동을 통하여 삶의 뿌리, 교육의 뿌리를 찾은 듯하다. 물론 아직도 작은 모습의 교육자다. 하지만 교육의 본질을 찾아 볼 수 있는 근거를 나는 자연에서 찾았다. 아니 계속 찾아낼 기대감으로 흥분된다.
 〈경기 의왕시 부곡중학교4-H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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