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01 격주간 제637호>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는 것들

Cinema & Video - 라디오 스타 -

라디오 시대의 종말과 MTV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던 버글스는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여요”라고 외쳤었다. 한시대가 가면 다른 시대가 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왕의 남자’를 만들었던 이준익 감독은 이번 추석 때 안성기와 박중훈이라는 한 시대 속으로 사라진 두 배우를 앞세워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로 돌아왔다. 안성기와 박중훈은 80년대 90년대 수많은 영화들로 관객과 만났던 스타였다. 하지만 지금은 두 배우가 관객들을 끌어올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퇴물이라는 말은 그렇지만 그들도 나이가 든 듯 어쩔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을 맞이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치 배우 그들의 모습처럼 ‘라디오 스타’는 시작한다.
‘비와 당신’으로 1988년 가수왕을 수상한 록가수 최곤(박중훈)은 이젠 화려한 콘서트 무대 대신 미사리의 한 카페에서 노래를 한다. 자신의 추락을 받아들이기 힘든 최곤은 카페 손님과 사장에게 주먹을 날려 유치장 신세를 진다. 그런 그를 여전히 최고 가수로 대해주는 사람은 지난 20년 동안 함께한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뿐이다. 합의금을 빌리기 위해 뛰어다니다가 라디오 방송사 국장의 권유로 최곤에게 강원도 영월방송지국으로 내려가 DJ를 맡게 한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이 스타라고 생각하는 최곤은 탐탁지 않다.
좀 더 큰 원주방송사로 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영월지국장(정규수)이나, 원주방송사에서 사고를 치고 영월로 온 PD 석영(최정윤) 역시 방송이 탐탁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첫 날부터 방송사고로 시작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그러나 영월 주민들의 목소리가 라디오를 타면서 방송은 진심을 실어 나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최곤은 재기의 발판을 조금씩 닦아가지만, 작은 성공은 매니저 박민수와의 관계에 장애물이 된다. 바로 서울의 음반회사에서 그렇게 바라던 앨범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조건은 매니저인 박민수가 빠져주는 것이다. 고민하던 박민수는 떠나고 최곤만 혼자 방송국에 남게 된다. 그리고 최곤의 방송은 전국방송으로 바뀌어 전국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지만, 매니저 박민수가 없는 최곤의 삶은 어느 때보다 암담하기만 할 뿐이다. 결국 최곤은 방송국 마이크에 대고 박민수가 돌아 올 것을 간절히 외친다.
“저는 학교나 정규과정에서 연출이나 영화를 배워 본적이 없습니다. 영화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공부하실 분들은 인생에 대해 더  많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이준익 감독이 시사회에서 남겼던 말이다. 이 영화는 영화적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진실한 힘이 있다.
아무리 세월이 변하고 가치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사람의 관계를 구수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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