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01 격주간 제637호>
죽음의 강이 생명의 강으로

이 규 섭 의 생태기행 - 금호강 수질 개선 -

<아양교에서 바라 본 금호강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금호강의 시원은 경북 포항시 죽장면 입암리 가사천. 금호강 118㎞의 물길은 대구의 도심을 거쳐 금호강과 낙동강의 합수 지점인 달성습지에서 여정을 마치고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가사천 부근은 생활하수와 밭에서 흘러들어 오는 비료 등으로 하천바닥에 이끼가 끼여 이곳이 금호강의 시원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오염됐다. 가사천과 자오천의 합류지점에 이르러서야 쉬리, 동사리, 수수미꾸리 등이 헤엄치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배후습지는 온데간데없고 콘크리트제방이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
자오천을 따라 10여㎞를 내려가면 영천댐. 이곳부터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물 속은 투명하지만 보(洑)가 물길을 가로막는다. 그래도 배후습지엔 한삼덩굴, 물억새 등이 군락을 이루어 철새들이 찾아든다. 영천시 자양면 삼매리 평천교 부근은 다양한 수생식물과 어류가 어울려 살았으나 준설작업으로 수심이 얕아지면서 생태계가 훼손됐고, 황량한 자갈밭에는 들풀만 무성하다.
금호강 300리에서 가장 자연 하천 형태를 간직한 곳은 영천시 임고면 부근. 자연적으로 조성된 습지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잔가시고기, 꼬치동자개가 발견됐다고 한다. 영천댐이 들어서면서 습지가 형성되어 백로, 왜가리 등 철새가 무리 지어 찾아오는 지역이다. 30여년 전에 조성된 흙제방에는 버드나무와 왕버들, 팽나무가 무성하고 하천변 습지에는 고랭이, 갈대, 물억새 등이 어우러져 있다.
1991년 페놀사건 이후 대구시가 수질개선에 본격적으로 착수, 1조8000억원을 투입한 결과 지금은 금호강과 신천의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6개 하수처리장 100% 고도처리, 노후 및 배수불량지역 하수관 정비, 공단폐수 처리시설 보강, 52㎞의 임하댐 도수로공사로 금호강 유지용수 확보 등 환경 인프라를 갖추었다.
<되살아 난 금호강 습지에는 물고기들이 노닐고  새들이 찾아온다.>
금호강의 수질개선에 따라 부산·경남 등 1000만명의 젖줄인 영남권의 상수도는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로 바뀌었고, 생태계도 빠른 속도로 되살아나고 있다. 청정수역에 서식하는 버들치 등 36종의 어류가 조사됐고, 쇠백로 등 23종의 조류가 금호강을 생활터전으로 살고 있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물장구치는 생명의 강으로 회생시켰다.
오염된 금호강을 시민, 환경단체, 지역기업, 대구시, 정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수질을 개선한 사례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공인 받았다. 지난 7월말 환경전문 국제기구인 아시아태평양환경개발포럼(APFED)으로부터 국내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국제환경상 은상을 수상했다.
대구시는 안심습지의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존하여 생태 학습공간과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습지로 복원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앞으로 염색공단, 달성공단, 성서공단에 비점오염원 저감시설을 만들고 현풍하수종말처리장 설치한 뒤 수질 원격감시체제를 통해 체계적이고 사전 예방적인 수질관리로 환경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국내외에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 맑은 물에는 동식물이 먼저 알고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규섭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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