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5 격주간 제927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분열과 통합
"군자는 이익을 다투지 않는 것에 긍지를 갖는다
君子 矜而不爭(군자 긍이부쟁)"
- 《논어(論語)》 중에서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당시 TV나 라디오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즐겨 구사하던 성대모사 중 하나가 바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였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27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이 평양 탈환 환영 시민대회에서 한 말로 알려져 있다. 분열을 경계하고 통합을 강조하는 말인데, 이 말의 소유권을 굳이 따진다면 고대 그리스의 작가 이솝(Aesop)이라고 할 수 있다.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네 마리의 황소가 서로 엉덩이를 맞대고 있을 때에는 사자도 그들에게 덤비지 못했다. 그러나 황소들 사이에 다툼이 생겨 서로 떨어져 지내게 되자 사자가 나타나 황소를 한 마리씩 차례로 공격해서 네 마리 모두 해치웠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이를 정리한 문장이 바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였다.
이와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군대에 있을 때였다. 적군 부대와 만나게 되었을 때 적절히 소산(疏散)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 ‘소산’이란 흩어짐을 의미한다. 적군의 공격을 받을 때 병사들이 몰려있으면 타격을 크게 받기 때문에 흩어져 있으라는 뜻이었다. 흩어져 있어야만 공격에도 유리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결국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유가(儒家)의 가르침은 어떨까. “군자는 이익을 다투지 않는 것에 긍지를 갖는다. 군중과 함께하되 무리를 짓지 않는다(君子 矜而不爭 群而不黨).”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이익을 놓고 남과 다투지 않으면서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것에 대해 무한한 긍지를 가져야 하고 여러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지만 이익을 얻기 위해 무리(黨)를 만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얼핏 살펴보면 당파(黨派)를 만드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당파를 배격했을 뿐이다. 다양한 여러 사람들과 조화롭게 교류하되 뭉쳐서 이익을 추구하지는 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익이 아니라 올바름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최고의 가치가 된다.
그렇다면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을 때에도 조화롭게 해야 할까?
“당파를 만드는 것이 나쁘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올바름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올바름을 추구한다면 나쁠 이유가 없다. 무리를 짓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만 어떻게 무리를 짓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무리 속에 옳지 않은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우리 무리에 속해 있는 사람이니 옳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올바른 사람이 있더라도 ‘다른 무리에 속해 있는 사람이니 바르지 않은 사람이다’라고 판단하는 것도 잘못이다. 그러므로 당파를 만드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이 아니라 올바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잘 구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이익에 눈이 멀어 무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무리를 짓는 것은 나쁜 것이다’라고 해서는 안 된다.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과도 조화롭게 어울려야 한다’는 것도 잘못이다. 올바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여 올바른 사람만으로 무리를 만들어 넓혀나가면 올바르지 않은 사람도 여기에 가담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무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송나라의 학자 주희의 말이다.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잘라내고 올바른 것은 서로 뭉쳐 힘을 합해야 한다. 그것이 옳은 길이다.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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