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5 격주간 제911호>
[이 달의 시] 갯마을 귀뚜라미

작품 제목을 보고 독자들은 아마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갯마을 귀뚜라미? 귀뚜라미는 숲속이나 주택가 풀숲에 많이 사는데. 바닷가 갯마을에도 귀뚜라미가 있나?’ 이런 의문에 답하자면, 바닷가 갯마을에도 귀뚜라미가 분명 있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만날 수 있는데, 바닷가에 적응하며 살아가니 별종 귀뚜라미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시에서는 귀뚜라미가 “비껴간 태풍인데도/드높아진 파도소리.//그 ‘갑질’에 맞서느라/저토록 목이 쉬었다.”고 했다. 시인이 발견한 ‘이래저래 더 고달픈 갯마을 가을 전령사’를 보니, 우리 선조들이 왜 귀뚜라미를 ‘용기 있는 선비’로 비유했는지 알 것 같다. 이 동시조는 가을의 정감을 느끼게 하는 가을밤의 ‘정적인 귀뚜라미’가 아니라, 파도소리 그 ‘갑질’에 맞서 싸우는 ‘역동적인 갯마을 귀뚜라미’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캐릭터가 살아 있는 매우 신선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신현배 / 아동문학가, 시인〉

◆ 박경용(1940~  )
· 1958년 《동아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등단.
· 동시집 〈어른에겐 어려운 시〉, 시조집 〈적(寂)〉, 시조선집 〈도약〉, 동시조집 〈곰솔 언덕 소라의 방〉 등 다수.
· 세종아동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열린아동문학상, 한국동시조문학대상 수상.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포토뉴스] 제24회 나주군 새마을4-H구락부 경진대회를 마치고
다음기사   4-H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