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1 격주간 제894호>
[지도교사 이야기] 파란 가을 하늘을 닮은 꿈의 4-H

현 승 아 (제주 귀일중학교)

우리 학교 정문 주변에는 빨강, 노랑, 주황 등 형형색색의 예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아름다운 자태로 학생들과 선생님을 맞이하는 꽃들은 귀일중학교 4-H회원들의 손으로 심고, 키워진 보물들이다.
매년 4월이 되면 제주농업기술센터에서 꽃 묘종을 배부한다. 이를 받아다가 화단에 심는 것은 우리 4-H회원들의 몫. 호미와 삽으로 조심조심 하나씩 땅을 파고 심어준다. “선생님, 힘들어요. 귀찮아요” 하며 투정 부리던 아이들은 어느새 꽃에 애정을 듬뿍 담아 열심히 심는다.
“꽃 뿌리 다치지 않게 조심히 심자” 하며 서로를 다독인다. 그렇게 꽃을 심고 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조금 일찍 등교하며 물을 뿌려준다. 아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꽃들은 열심히 자라난다.
아이들에게 꽃을 사랑하는 마음, 식물을 아끼는 마음을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렇게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9년 동안 4-H지도교사로 활동해 오며, 학생들뿐 아니라 나 자신도 성장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선배 교사의 권유로 4-H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지도교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도시에서만 자라온 내게 호미와 삽, 흙, 그리고 묘종들은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사랑으로 심은 식물들이 쑥쑥 자랄 때의 그 기쁨이란... 부모의 마음 그것과도 같았다.
귀일중학교4-H회는 요양원에 봉사 활동을 다니며, 봉사 정신을 함양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을 키우는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요양원에 다녀오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다음 봉사 활동에는 요양원에 계신 어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봉사 활동일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만삭의 몸으로도 봉사 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다녀오고 그날 바로 아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그렇게 귀일중학교4-H회는 내게 더 소중한, 특별한 활동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지도교사인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귀일중학교 4-H회원들도 누구보다도 투철한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봉사하는 학생들이 되어 있었다.
작년부터는 천연물을 이용한 친환경 화장품 만들기 활동을 과제 활동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합성 화합물이 아닌 천연물을 추출한 재료로 간단한 립밤이나 비누 등의 화장품을 만들어 보면서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과학적 원리까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 학교 4-H회원들은 꽃과 식물을 사랑하는 농심 함양 및 봉사활동, 친환경 천연 화장품 만들기 활동을 통해 ‘지·덕·노·체’의 4-H 정신을 바르게 계승하며 성장한다. 학생들과 함께 나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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