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1 격주간 제890호>
[지도자 탐방] 자신만의 농사철학과 신념으로 ‘일등농부’가 되자

오 형 보 (제주 서귀포시4-H본부 이사)

50년 넘게 농사의 외길을 걷고 있는 오형보 서귀포시4-H본부 이사는 농업인이라면 일등농부가 될 신념으로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2018 제주국제감귤박람회’가 서귀포시농업기술센터 일원에서 열렸다. 박람회 기간 동안 비소식이 있기는 했지만, 개막식 첫날만큼은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과 제주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수많은 인파와 어우러져 마치 성공적인 행사의 서막을 알리는 듯했다.
때마침 제주 감귤이 평화의 메신저로 날개를 달고 철책선 넘어 북녘 동포에게 전달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가슴 아픈 65년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번영의 새 시대를 맞이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제주 감귤이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제주국제감귤박람회가 한창 열리고 있던 지난 11월 어느날 서귀포시4-H본부 오형보 이사(72·제주도 서귀포시 신효중앙로 34)를 박람회장에서 만났다.
오형보 이사는 50년 이상 농사의 길을 걷고 있는 말 그대로 농민이다. 서귀포에서 감귤과 한라봉 농사를 짓고 있다. 감귤은 1만3,000㎡ 규모의 과수 농지에서 노지재배와 타이벡 재배를 통해 경작하고 있다. 타이벡을 깔지 않으면 10브릭스 이상 당도를 올리기 어려운데, 타이벡 재배를 하면 당도가 13브릭스까지 올라가고 착색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해충도 덜 발생한다는 게 오 이사의 설명이다.
5,000㎡ 규모로 재배하는 한라봉은 가온 하우스 방식으로 키워낸다. 수령이 40년 이상 된 감귤나무는 해마다 수확량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생산량의 대부분을 설 대목에 출하하고 있는데, 농협 공판장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전량 계통출하 하고 있다.
농원 이름이 있는지 묻자 오 이사는 ‘삼하농원’이라는 대답과 함께 종이에 직접 한자로 적어서 보여주었다. 三何農園. 그러한 이름을 짓게 된 연유는 이러했다.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IMF로 국민 경제가 파탄났던 시절이었다. 어떻게 하면 농사가 좀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동네 지인에게 부탁을 해서 ‘삼하농원’이라는 이름을 받았다고 한다. 농원 이름에는 평소 오 이사가 농사에 대해 갖고 있는 소신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째 무슨 농사를 지을 것인가, 둘째 언제 파종할 것인가, 셋째 언제 판매할 것인가’ 이 세 가지가 농사를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그는 여겼던 것이다.
현재 서귀포시4-H본부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오형보 지도자는 후원모금활동에 열성적이다. 이왕 4-H발전을 위해 뭔가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제대로 해보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시간날 때마다 지역의 4-H지도자들에게 후원모금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농업인으로서 길을 걷고 있는 청년농업인들이 4-H라는 조직체 안에서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선배들은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래서 청년4-H회원들을 발굴 육성해서 그 규모도 차츰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마을마다 자연구락부 단위로 4-H가 조직돼 활동하던 때인 청소년 시절 신효마을 월라4-H구락부에서 4-H와 인연을 맺었다.
“4-H만큼 좋은 철학과 이념을 갖고 있는 조직이 없는데 예전만 못한 것이 늘 안타깝습니다. 지·덕·노·체 4-H이념은 언제나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죠.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이 있으면 아직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오형보 이사는 밖에 나갈 때 4-H배지 다는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 예전 농사원이나 지도소 선생님들이 영농기술을 지도하고, 과제교육을 해주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요즘, 농업인들도 모두 일등농부가 될 수 있도록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그는 강조한다.
 〈정동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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