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1 격주간 제890호>
[회원의 소리] 4-H를 통해 배운 것

박 제 성 (충북 증평군4-H연합회 부회장)

수저 중에서 여러 가지 수저가 있지만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금수저도, 은수저도, 흙수저도 아닌 ‘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농사를 지으셨고 다른 농사를 지으면서도 항상 양봉은 가족과 함께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봉의 규모는 커져갔고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이 양봉원을 시작하게 되셨다.
중학교 때 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했다. 나는 운동으로 대학을 가리라 다짐했지만. 문득 내가 다치기라도 하면 운동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급하게 신소재공학과로 진로를 바꾸고 학교를 다녔으나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것은 있으나 이상보다는 현실을 따라 갔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1학년을 마치고 간 군대에서 장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나는 운동이었고 하나는 양봉이었다. 운동과 양봉 둘 다 어릴 때부터 했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다. 군대 전역을 하고 나서 학교를 다니면서 양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양봉을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벌도 보고 꿀도 따고 사양도 하고, 어머니를 따라 기자제와 양봉 정보들을 익혀왔기 때문에 남들은 배우기 바쁠 때 나는 알고 있던 사실이나 지식들이 많았다. 이러한 생각에 부모님께 양봉을 하겠노라 말씀드렸고 취업이 아닌 농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친구들이 취업 걱정할 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됐지만, 농업인으로서 걷는 미래가 걱정이 많이 되긴 했다. 졸업을 하고 부모님과 같이 일을 하기 시작하고 걱정했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반복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무료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부모님께서 4-H에 가입해보라고 권유하셨다. 청년4-H회원 농장을 방문해서 4-H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가입을 하게 되었다. 첫 모임에 나갔는데 분위기가 너무 따듯해서 좋았다. 신입인 나를 가족처럼 반겨주셔서 많이 놀랐다. 신입회원일 때는 형님들 따라가기 바빴다. 아직 규칙도 잘 모르고 4-H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열심히 참여하다 보니 흥미도 생기고 회의하는 법, 행사준비·진행·교육 등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다.
몇 해가 지나 어느 정도 4-H를 이해하게 되었고 사무국장을 거쳐 부회장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미숙한 점도 많았는데 지금은 건실한 청년농업인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4-H를 만나기 전의 나의 모습과 지금 현재의 모습은 하늘과 땅 차이처럼 느껴진다.
4-H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4-H를 하며 농업에 대해 연구하고 배울게 많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배울 것들이 더 많다는 점, 농업은 끝이 없이 노력하고 항상 부딪혀보고 많은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걸.
머릿속으로 항상 생각한다. 4-H가 아니었다면 저런 것들을 어디서 경험했을까. 경험하지 못했으면 저런 생각도 아마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발전하는 청년농업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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