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1 격주간 제890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내가 인(仁)을 하고자 하면 즉시 인(仁)에 이른다
我欲仁 斯仁至矣(아욕인 사인지의)"
- 《논어(論語)》 중에서


새해가 밝았다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등 호들갑을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마무리를 할 시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정말 마무리를 할 때일까?
아니다. 봄에 힘차게 일어서서 씨앗을 뿌린 사람, 그래서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난 사람, 가을에 풍성하게 거둔 사람이라면 마무리가 필요하다. 시장에 나가 판매할 곡식과 잘 남겨두어 내년 봄에 파종할 씨앗을 구분하고, 겨우내 먹을 식량을 창고에 차곡차곡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이 되어도 일어서지 않았던 사람, 여름에도 무성하게 뻗어나가지 못한 사람에게는 마무리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 사람이라면 무엇을 해야 하나.
“봄이 다가올 때를 대비하면서, 새로운 봄에는 힘차게 일어설 수 있도록 준비해야죠”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게으른 사람이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시기를 가리지 않는다. 마음을 먹는 순간이 바로 시작하는 순간이다.
“인(仁)이 멀리 있는가? 아니다. 내가 인(仁)을 하고자 하면 즉시 인(仁)에 이른다(仁遠乎哉 我欲仁 斯仁至矣).” 공자의 말이다. 봄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아직 내가 욕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내일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하거나 ‘아침부터 시작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지금 현재는 욕망하지 않음을 뜻한다. 내가 스스로 하고 싶어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기다릴 수 없다. 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서두르지 말고 적절한 때를 기다리라고 하기도 하고 바로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다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게 아니다.
잘못된 습관을 끊는 것,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 올바른 것을 실천하는 것 등은 바로 시작하는 것이다. ‘내일부터’ 혹은 ‘새해부터’라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시기를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성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올바른 길을 간다고 해서 바로 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나쁜 습관을 끊어버린다고 해서 바로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순간이 켜켜이 쌓이고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 새로운 습관이 몸에 달라붙는 것만 생각하라는 뜻이다.
‘100점을 맞아야지’라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실력을 쌓아야지’라는 마음으로 전진하면 뜻하지 않은 순간에 100점을 만나게 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겨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무리할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먼저, 옆 사람을 도와야 한다. 마무리하고 있는 주변 사람을 열심히 돕는 게 정답이다.
돌아오는 봄에 밭을 일구려면 씨앗이 있어야 한다. 씨앗은 1년 농사를 열심히 지은 사람에게만 있다. 1년을 허송한 사람은 가을에 거둘 결실만 없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봄에 심을 씨앗도 없다. 그러므로 옆 사람을 도와 씨앗 몇 톨이라도 얻어야 한다. 타인을 돕는 게 바로 나를 돕는 일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것은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는 것이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나 자신으로 시작하여 나 자신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기다리거나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먹었다는 것은 바로 실천한다는 것을 뜻한다. 마음만 먹고 그 시작은 나중에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평생토록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격몽요결(擊蒙要訣)》에 나오는 율곡의 충고를 잊지 말자.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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