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5 격주간 제889호>
[이 한 권의 책] 역사의 역사

역사가는 존재의 유한성을 넘어서고 싶어 한다

이 종 완 지도교사 강릉 문성고등학교

「역사의 역사」
역사에 대한 정의와 역사에 관한 책들은 많이 집필되어 왔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출판된 세계의 여러 중요한 역사서들을 통해 역사학자들이 전하려는 생각과 감정들을 통해 역사가 무엇인지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한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사실로 엮어 만든 이야기이다. 사실을 기록만 한다고 해서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필요조건일 뿐이다. 역사가 꼭 문학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훌륭한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위대한 역사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누가 처음으로 역사를 기록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구 지식인들은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아버지라 부른다. 키케로는 B.C.425년 무렵에 쓴 ‘역사’를 최초의 역사서로 본 것이다. 레오폴드 폰 랑케는 투키디데스를 역사 서술의 창시자로 보는데 키케로는 이야기를 중시하고 헤로도토스는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났다. 랑케는 사실의 기록에 초점을 맞추고 투키디데스는 사실을 검증하고 해석하는 솜씨가 빛났다.
두 사람이 역사를 쓴 목적은 비슷하지만 역사 서술의 대상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역사 서술 작업의 최대 난제는 사실을 수집해 진위를 검증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이다.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역사는 문명이 발전해도 전쟁과 내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해명해 준다. 폭력을 동반한 집단적 충돌은 모두 인간의 능력과 사회조직의 부조화 때문에 일어난다. 21세기는 더 파괴적인 기술과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또 한 번 대규모 문명의 충돌이 일어난다면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의 완전한 절멸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사마천의 〈사기〉는 수많은 전쟁과 크고 작은 국가의 흥망, 다양한 사회제도의 특성과 변화, 독특한 생을 살다간 개인의 생애, 전설과 신화에서 한 왕조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중국의 역사를 입체로 재구성한다. 엄청나게 많은 역사의 사실을 매우 정확하게 기록하고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사마천의 역사 서술 대상은 전쟁이나 정변 같은 특정 사건이 아니라 천하와 시대였다. 하지만 역사의 공간은 중국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변방의 모든 민족에 대해 사마천은 한나라 관료의 입장에서 서술했다. 이전의 역사서가 저마다 하나의 별을 그렸다면 사마천은 우주를 그렸다. 인류 역사에서 혼자의 힘으로 그런 작업을 해낸 역사가는 오직 그 한 사람뿐이었다.
많은 것이 그러하듯 역사도 인간 욕망의 표현이며 산물이다. 우리가 역사를 읽는 것은 어떤 욕망 때문일까?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서 일 것이다. 역사는 사람에 대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관한, 사람이 개인이나 집단으로 이룬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런 주제만큼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도대체 왜 지금처럼 살고 있는지 알고 싶으면 역사를 살펴보게 되고 미래를 전망하고 싶어 역사를 읽는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들도 역사의 역사를 자유롭게 여행하기 바란다.
 〈유시민 지음 / 돌베개 펴냄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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