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5 격주간 제857호>
[지도자 탐방] 농업 발전과 농업인 삶 향상 위해 살아온 한평생
손 은 남 재정위원장 (한국4-H본부)

손은남 한국4-H본부 재정위원장은 4-H와 농협이 상생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농협, 농촌과 국가발전을 이끌어가는 4-H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은남 한국4-H본부 재정위원장(74)은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현역에 있을 때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바쁜 시간을 내어 기자를 만난 그는 첫 마디부터 “4-H는 우리 농업·농촌과 국가의 미래”라고 강조한다. 4-H회원을 육성하는 것이 무척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4-H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안타까워 재정위원장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손 위원장은 현재 농협중앙회 농업인행복위원회 위원, 남해화학 사외이사, 2018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농협과 농협 산하 각 교육기관에서 후배들과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특강을 통해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과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평생 농협에서 농업인들과 함께 살아온 경륜이 담겨 있는 그만이 할 수 있는 내용이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농협 발전 기여

강원도 춘천 출신인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과수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지으며 너무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그는 농업인들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춘천에서 중학교까지 마친 그는 서울로 올라와 배재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1968년 ROTC 4기 26사단 소대장으로 임관했다. 이어 백마부대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전방 27사단 전투지원 중대장으로 전역한 그는 197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하게 된다.
농업·농업인에 대한 애정과 군 장교생활을 통해 기른 그의 리더십은 농협 직장 생활에서 두드러졌다. 농림부로 파견돼 1979년과 1988년 두 차례에 걸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비서관을 지냈다. 이때 농업계 인사들과 두루두루 친분을 쌓게 되었다.
손 위원장은 농협중앙회에서 옮기는 부서마다 또 맡는 업무마다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유명하다. 강원도 철원군지부장으로 있을 때에는 철원에서 생산된 오대쌀을 전국에 확산시켰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이다. 오대쌀이 유명 브랜드가 되어 국민들의 밥상에 오르고 농가의 소득을 창출하게 된 것은 그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가 유통부에 있을 때에는 소비지유통을 처음으로 개척했다. 하나로마트에 소비지판매장을 개설한 것이다. 농민이 생산한 좋은 농산물을 잘 팔아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그는 늘 농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농민의 소득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농업인을 위한 농협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정신은 농촌지원부장 재직 시에도 커다란 업적을 이뤄냈다. 이때 그는 우리 농업의 미래는 4-H회원들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해 4-H에 행·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4-H회원은 후계농업인으로서 우리 농업의 차세대 지도자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농협의 고객이자 농산물의 소비자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지도사업 100대 과제’를 선정해 농협 본연의 이념을 확립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농도불이(農都不二)’운동을 펼쳤다. 도시와 농촌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이다. 지금 농협이 ‘국민과 함께하는 농협’,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가 하나 되는 농협’을 얘기하고 있는데, 손 위원장은 일찍이 앞을 내다보고 이를 부르짖었던 것이다. 그는 전국의 농협을 독려해 농가소득을 높이고 농업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도 앞장섰다.

4-H회원은 미래 지도자이자 농협 고객

그가 강원지역본부장으로 있던 1996년도에 북한의 무장간첩이 잠수함을 타고 강릉에 나타난 적이 있었다.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졌다. 그 여파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덩달아 강원지역 농산물마저 판매가 저조했다. 특히 감자는 썩어나갈 판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만 있을 손 위원장이 아니었다. 그는 감자팔기운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45일만에 1만2500톤의 감자를 모두 팔아치웠다. 신화같은 이야기다. 이로써 강원농협이 전국종합평가 1위를 차지했다. 강원농협 44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거둔 성과였다.
손 위원장은 농협개혁에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농협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농협과 축협, 인삼협의 대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이들 협동조합 통합은 농협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과제이기도 했다. 손 위원장의 리더십은 여기에서도 아낌없이 발휘돼 대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늘날의 농협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손 위원장은 농협을 퇴직한 뒤에 농협물류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때는 계통사업장을 통해 물류의 효율화를 기함으로써 물류비를 절감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것 또한 우리 농업과 농업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0년에는 춘천에서 국제적인 스포츠행사가 열렸다. ‘2010 춘천월드레저 총회 및 경기대회’였다. 손 위원장은 이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4년간 맡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 대회는 올림픽 종목에 들어 있지 않은 수상스키, 패러글라이딩, 인라인스케이트 등 15개 종목이 겨루는 대회였다. 2010년 8월에 세계의 건강한 젊은이들이 춘천에 모여들었다. 세계 76개국에서 1만7000명이 참가한 대규모 국제대회였다.

4-H는 농촌·국가발전의 견인차 되어야

손 위원장은 2016년에 한국4-H본부 재정위원장을 맡았다. 상당히 오랜 기간 훌륭한 인사를 영입하려고 노력했지만, 쉽게 승낙을 받아낼 수 없는 자리였다. 손 위원장 또한 망설임이 없었을까만, 그에게는 4-H회원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4-H회원을 육성하는데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늘 농업과 농업인을 생각하며 살아온 그이기에 미래 농촌을 꽃 피울 지도자인 4-H회원을 육성하는 일이라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4-H는 오랫동안 농협과 4-H본부가 함께 4-H회원을 육성하는데 힘써왔습니다. 그러나 이러저런 이유로 상당히 오랫동안 농협과 4-H의 관계가 소원해져 있었습니다. 이것을 복원해야 합니다.” 손 위원장은 농협과 4-H가 상생함으로써 4-H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우리 농업을 튼튼히 키워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G20에 들어있는 선진국은 모두 농업강국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으며, 그 밑바탕에는 미래의 주인공인 4-H회원이 있다는 것이다.
손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4-H는 회원들이 단체 활동을 통해 훈련을 받고 지도자로서 역량을 키워 가는데, 여기에 ‘농심’이라는 중요한 덕목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면서 “4-H회원들은 4-H운동의 70년 역사에 자부심을 갖고 4-H정신을 이어받아 농촌과 국가를 이끌어갈 견인차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조두현 전문기자〉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이달의 시] 봉선화
다음기사   지난 70년 성과와 경험 살려 새로운 미래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