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01 격주간 제856호>
[영농현장] 힘들고 지쳤던 나를 힐링시켜 준 고마운 4-H

주 성 민 회원 (충남 논산시4-H연합회장)

논산역 앞에 1톤 트럭이 서서히 멈추더니, 네잎클로버가 새겨진 남색 모자에 빨간 조끼를 걸친 작은 체구의 여회원이 내린다.
논산시4-H연합회 주성민 회장(33·충남 논산시 광석면 산동리)을 만났다. 딸기 시설하우스 5동과 상추 2동을 재배하고 있는 주 회장은 11월 본격적인 수확을 준비하기 위해 딸기 육묘 관리에 여념이 없다.
하우스 입구에 ‘주근깨 주씨네 농장’ 간판을 세워놓고 논산시 4-H회원 7명과 함께 딸기를 고설재배하고 있는데, 딸기 농사로만 치면 대부분이 2년차가 안 되는 초보농사꾼들이다. 주 회장 역시 농사에 입문한 지 4년차이지만, 딸기 농사는 2년째 접어든다.

초보인 듯 초보 같지 않은 딸기전문가

“딸기 농사지을 때는 육묘장과 재배동을 따로 두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3년 전 논산에 그 둘을 한 곳에서 관리하면서 소위 ‘대박’을 친 농가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그래서 2년 동안 나름대로 정보를 모으고 학습하면서 준비를 마쳤죠. 올해 이 방법을 처음 시도하고 있습니다.”
달달한 맛과 함께 새콤한 맛이 감도는 특징을 갖고 있는 ‘설향’ 품종은 육묘가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품종이라고 한다. 전국에서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데, 주 회장이 재배하는 품종도 ‘설향’이다.
농장을 회원 일곱 명과 함께 운영하는 게 어렵지 않냐고 묻자, 젊은 사람들이어서 생각도 잘 통하고 정보도 여럿이서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고 한다. 포트 같은 자재가 필요할 때 공동구매를 해서 비용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해서 연 수익이 1억 원 가까이 되는데, 절반은 시설 보강에 투자하고 있다.
논산에서 태어난 주 회장이 고향의 품으로 돌아와 딸기 농사를 짓는 여인이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세월이 걸렸다. 고등학교 1학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이듬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타지에서 일하다가 가정을 꾸려 고향에 와서 직장을 다니던 중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심장수술을 받게 됐다. 마음의 준비랄 것도 없이 부모님이 하던 상추 농사를 떠안게 됐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반복되는 고된 일과에 내 삶의 여유라고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러다 ‘4-H’라는 신세계를 발견하게 됐죠.”

우연히 찾아온 신세계 ‘4-H’를 만나다

고등학교 졸업 후 4-H활동을 해 온 형부의 권유로 주성민 회장은 4-H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영농에 뛰어든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주 회장이 4-H활동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회원들에게 얼마만큼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가이다. 시군 회원들의 행사 참여도가 낮아 임원들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고 회원들이 다가오게끔 프로그램을 잘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논산시4-H연합회 주도로 작년엔 굴삭기와 지게차 중장비교육을 추진해 25명이 자격증을 취득했고, 올해에는 농장간판만들기 프로젝트에 25명이 참여해 자기 농장에 대한 책임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성실한 활동을 인정받아 2016년 충청남도4-H대상 여회원 부문 대상과 2015년 논산시 우수4-H회원상을 받았다.
“4-H를 만나지 못했으면 지금처럼 농업에 몸담고 있지 못했을 거예요. 농사 초보였던 저에겐 정보도 없었고, 힐링할 시간도 없었겠죠.”
주성민 회장에게 4-H가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었듯이, 주 회장이 또 다른 활력소가 되어 논산시4-H가 딸기처럼 빨갛게 영글어가고 있다. 〈정동욱 부장〉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여성가족부] ‘대한민국 청소년대표’로서 세계를 향해 가자
다음기사   우수4-H 시상, 4-H활동 자긍심·영예감 고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