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5 격주간 제843호>
[영농현장] 달콤함에 정성까지 병에 가득 담아내는 복숭아 청년

이 창 훈 회원 (경북 영덕군4-H연합회장)

조선시대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낙원을 그렸다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중국 진나라의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 길을 잃고 우연히 무릉도원을 만난 이야기를 담은 도연명의 ‘도화원기’. 이렇듯 복숭아는 이상향을 꿈꾸는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꿈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아름다운 광경이 봄마다 찾아오는 경북 영덕군 지품면 일대. 해마다 이 곳은 복숭아밭 가득히 피어난 복사꽃으로 화사하게 분홍빛 꽃단장을 하고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가업을 이어 받아 맛좋은 복숭아를 생산하고 있는 이창훈영덕군4-H연합회장(29·경북 영덕군 지품면)은 행복한 사람일 것만 같다.
농업계고등학교를 나와 한국농수산대학 과수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약 2만㎡의 농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절반은 생과 판매, 절반은 병조림 가공방식으로 소비자를 찾아간다. 병조림 가공은 생과보다 수익성이 세 배 정도 좋고, 유통기한이 2년으로 길어서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시중에 파는 기존 복숭아 통조림과 달리 병조림 ‘복숭아이야기’는 화학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건강을 챙기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부드러운 맛으로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황도,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백도, 이렇게 두 종류의 병조림 형태로 판매된다. 2009년 대학을 졸업하고 손수 재배한 복숭아를 첫 수확하고서 혼자 먹기 아까워 홈페이지를 개설했다는 이 회장. 포털 사이트에 ‘영덕 복사꽃마을’을 검색하면 된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주소 (www.yd7015.kr)를 불러준다.
어느덧 초보 딱지를 떼고 전문농업인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이창훈의 복숭아이야기’라는 브랜드로 병조림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만큼 자기 손을 거친 복숭아의 맛과 품질에 진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베어난다. 내년 초를 목표로 농업주식회사법인 설립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의무화되는 HACCP 인증을 받기 위해 제품생산도 더욱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최근 파워블로거로 온라인에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 회장은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생과일은 먹기 어렵지만, 병조림은 열처리로 살균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찾는 분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 상품을 소개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 일손을 도와 자연스럽게 농업을 접한 이 회장은 학교 선배의 권유로 4-H와 인연을 맺었다. 대를 잇게 된 것은 복숭아 농사뿐만 아니라 4-H활동 역시 그러했다. 아버지 이원용 씨 또한 청년시절 영덕군4-H연합회장으로 청년농업인 리더역할을 했으며, 군의회의원 2선을 비롯해 지난해 영덕군4-H본부 회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에 헌신해 온 평생 4-H인이다.
“내성적이었던 제가 만약 4-H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매일 집에서 일만 했을 것 같습니다. 4-H회에 가입을 하면서 여러 인연을 만들고,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보는 안목을 갖게 됐죠. 그런 면에서 4-H활동은 제 인생에 전환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4-H의 매력에 빠질수록 부모님과의 갈등을 좁혀야하는 숙제가 던져졌다. 농사일에 자칫 소홀해질까 염려하는 부모님을 설득해야만 했다. 그럴수록 더욱 부지런하게 미리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새벽을 넘겨가면서까지 다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생각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농업은 어려울 수도, 아니면 기회의 영역일 수도 있다고 믿는 이창훈 회장. 가슴속 깊이 4-H이념을 간직한 채 묵묵히 농업인의 길을 걷는 그의 부지런함에 내년에도 복사꽃 만발한 지품면 일대가 그려진다. 〈정동욱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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